📑 목차
욥기 1장 1절~3절에 의하면 욥은 흠이 없고 정직하였다. 하나님을 경외하였다. 아들 일곱, 딸 셋이 있었다. 동방에서 으뜸가는 부자였다. 이러한 욥의 부는 단순한 축복(부)으로서의 부가 아닌 신학적·신앙적 깊이를 드러내는 텍스트입니다. 본 글을 통해 그의 재산이 갖는 신학적 의미에 대해서, 부와 신앙의 관련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서론
욥기는 성경 전체에서 가장 난해하면서도 심오한 책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욥이 막대한 부를 가진 사람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욥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으로서 흠없고 정직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하나님은 그를 으뜸가는 부자로 만드셨는가"
다시 말해서 “욥의 재산은 욥의 신앙과 어떤 관련성이있는가, 신앙의 대가로 부를 얻게 된 것인가 "
욥기의 경제적·신학적 구조를 살펴보면, 욥의 부는 단순한 축복의 상징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정의, 신앙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사용됩니다.
고대 근동(Ancient Near East)의 사회·종교·윤리적 맥락에서 ‘풍성함 חַיִל(chayil, 하일)'은 단순한 소유의 목록을 넘어서서 다층적 의미(多層的 意味)를 지닙니다. 아래에서 언어·개념적으로, 사회·경제적 맥락, 문학·신학적 기능 등으로 나누어 탐구해 봅시다.
2. 언어·개념: '부(חַיִל, chayil, 하일)'와 '샬롬(שָׁלוֹם, shalom, 샬롬)'의 연관성
-히브리어 חַיִל (chayil, 하일)
욥기 본문에서 말하는 '부(wealth)'의 핵심어는 단순히 ‘돈’이나 ‘재물’(מָקוֹם)과 다른 어휘적 함의를 가집니다. חַיִל은 문자적으로 ‘힘/능력/전력’(often 'strength, military force, household resources')을 뜻하고, 문맥에 따라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능력, 지위, 사회적 안정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풍성함은 당시 고대 근동 사회에서 의로움과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나타내는 문화적 상징이었습니다.
이는 고대 사회에서 부가 곧 ‘가정을 유지하는 능력’, ‘사회적 영향력’, ‘공동체에 대한 책임 수행 능력’으로 인식되었음을 시사합니다. 다시 말해, 욥의 하일은 “혼자의 사적 부”가 아니라 한 가문의 생계·명예·공동체 보호 기능을 포함한 복합적 능력을 말합니다.
-히브리어 שָׁלוֹם (shalom, 샬롬)
세계적인 구약학자 존 골딩게이(John Goldingay)는 "욥의 부는 그가 하나님 앞에서 누리던 'שָׁלוֹם (shalom, 샬롬)'의 총체적 표현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즉, 욥의 재산은 단순히 ‘많은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에서 흘러나온 질서의 결과였습니다.
샬롬은 ‘평화’(peace)로 자주 번역되나, 고대 히브리어적 의미는 '온전함(wholeness), 완전성, 관계의 조화, 생계의 충족'
까지 포함합니다. 즉 욥의 물질적 풍요는 관계적·제도적 안정 즉, 가정이 먹고 입고 제사를 드릴 수 있는 상태, 이웃과의 평화로운 관계, 공동체적 신뢰의 징표였습니다.
따라서 욥의 재산은'샬롬의 표지'이며, 샬롬은 단순한 내적 평정이 아니라 사회적·종교적 온전성을 의미합니다.
3. 사회·경제적 맥락: 가정(haushold)·주인(patron)·의무(responsibility)
-가족·가축·종의 집합체로서의 '재산'
욥이 소유한 양·낙타·소·암나귀·종(노동력)은 모두 농경·목축 기반의 고대 경제에서 생산수단(production means) 이자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이었습니다. 많은 가축과 종을 가진다는 것은 곧 가문을 먹여 살릴 능력, 인심(人心)을 얻을 능력, 필요시 가족과 지역사회를 도울 능력을 말합니다.
-주인-의인(patron-client) 관계
고대 근동에서는 부유한 자가 주변의 작은 농민·상인·종들에게 보호와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대신 충성과 노동을 받는 후원 체계가 관습으로 존재했습니다. 그러므로 욥의 풍요는 그 스스로의 영적·윤리적 책임(예: 공의·환대·제사적 중재)을 수반했습니다. 풍요는 곧 공적 역할을 요구했습니다.
-제의적·사회적 역할
욥은 단순한 개인적 축복의 주체가 아니라, 가족을 대표해 '제사(예: 자녀를 위한 속죄 제사, 욥 1:5)'를 드리는 제의적 책임자였습니다. 이는 부가 종교적 의무와 결합되어 '하나님과의 언약적 관계'의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음을 보여 줍니다.
4. 문학적·신학적 기능: 욥기 1장은 '무대 장치', '의로움의 표식'
욥기의 서사적 구조에서 욥의 부는 이야기 전개상 의도적 장치(stage-setting)로 볼 수 있습니다.
새번역 욥기 1장 3절은 욥의 재산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합니다.
"양이 칠천 마리, 낙타가 삼천 마리, 겨릿소가 오백쌍, 암나귀가 오백 마리나 있고, 종도 아주 많이 있었다. 그는 동방에서 으뜸가는 부자였다."(새번역)
-'번영의 표지'로서의 서두
서두에서 욥의 ‘샬롬적’ 상태(풍요·자녀·경건·신앙의 실천)를 상세히 보여 줌으로써 이후의 파국(재산 상실·자녀 상실·질병)을 통해 무엇이 시험되고 드러나는지를 명확히 합니다. 즉, 잃기 전의 상태가 구체적일수록 잃은 후의 신학적 메시지인 믿음과 부가 별개임을 더 선명히 드러납니다.
-시험의 촉발 장치
하늘의 대화(욥 1–2장)에서 악의 도전(사탄)은 욥의 복(=부)을 겨냥합니다. "이제라도 주님께서 손을 드셔서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치시면 그는 주님 앞에서 주님을 저주할 것입니다"(욥 1:11, 새번역)는 바로 '소유-믿음 연계'가 당대 통상적 해석인 '의인은 복을 누린다'의 토대였음을 드러냅니다. 재산이 곧 ‘믿음'를 판별할 수있는 있는 지표로 여겼던 시대적 상황을 빌어서 하나님은 인간의 신앙을 드러내려 하십니다.
-욥의 반응: 재산 상실 후의 신앙 고백
욥이 재산과 자녀를 잃고도 "모태에서 빈손으로 태어났으니 죽을 때에도 빈 손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주신 분도 주님이시요, 가져 가신 분도 주님이시니"(욥 1:21)라 고백하는 장면은, 물질적 샬롬이 사라진 상황에서 진정한 샬롬(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이 무엇인지를 드러냅니다. 즉, 욥의 재산은 '복의 외적 표지'였지만, 그의 신앙은 결국 하나님께 대한 온전한 신뢰로 귀결됨을 알 수 있습니다.
5. 왜 시험은 재산에서 시작되었는가: 소유와 신앙의 해체
욥기 1장 11절에서 악(사탄)은 하나님께 도전합니다.
"이제라도 주님께서 손을 드셔서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치시면 그는 주님 앞에서 주님을 저주할 것입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핵심 진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은 가진 것에 의해 신앙의 진정성이 드러난다.’
세계적 구약학자인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욥의 시험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욥기의 시험은 재산이 아니라, 재산이 신앙과 맺는 관계를 해체하는 데 초점이 있다."
즉, 시험은 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부가 신앙을 왜곡할 가능성, 곧 ‘조건적 신앙’의 위기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욥의 신앙이 소유와 분리된 진정한 신앙인지, 아니면 복을 얻기 위한 대가적 신앙인지를 시험하셨습니다.
6. 재산을 잃은 욥: 신앙의 본질이 드러나는 순간
욥이 모든 재산을 잃은 후에도
"주신 분도 주님이시요, 가져 가신 분도 주님이시니 주님의 이름을 찬양할 뿐입니다."(욥 1:21, 새번역)
라고 고백합니다.
이 고백은 히브리어 원문에서 여호와의 절대주권을 강하게 강조합니다.
여기서 ‘주다’는 히브리어 נָתַן(nāthan, 나탄), ‘가져 가다’는 히브리어 לָקַח(lāqach, 라카흐)로, 하나님이 모든 생명과 소유의 근원이라는 메시지를 담습니다.
히브리어 נָתַן(nāthan, 나탄): 주다
히브리어 나탄은 단순한 ‘주다(give)’가 아니라
권위 있는 자가 은혜·언약·축복을 베푸는 행위로 자주 쓰입니다.
- 하나님이 땅을 아브라함에게 “주셨다”(창 12:7)
- 율법을 “주셨다”(출 20장)
- 생명을 “주셨다”(민 16:22)
즉 나탄은 "하나님이 선의로 주권적으로 내려주신 것"을 의미하며,
인간은 그것을 ‘소유자’가 아니라 ‘수탁자(청지기)’로 받는 구조입니다.
욥의 말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사실 내 것이 아니었다”는 청지기적 자기 고백입니다.
히브리어 לָקַח(lāqach, 라카흐): 가져가다 / 취하다
라카흐는 ‘가져가다, 데려가다, 취하다’는 의미지만, 구약에서 특별히 하나님의 능동적 개입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됩니다.
예를 들면:
- “하나님이 에녹을 데려가시니”(창 5:24) — 생명주권
- “여호와께서 내 백성을 데려가시리라”(출 6:7) — 구원의 주권
- “하나님이 왕권을 빼앗으셨다”(단 2:21) — 정치적 주권
이 동사는 인간의 힘이나 우연이 아닌,
하나님의 직접적·결정적 행위를 강조하는 기능을 합니다.
따라서 욥의 “가져가신 분도 주님이시다”는 말은
단순한 체념이나 운명론이 아니라,
생명·시간·소유의 최종적 결정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는 신학적 선언입니다.
욥은 재산을 가진 자가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자였습니다.
그래서 재산이 사라져도 그의 신앙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이를
"욥기는 인간의 신앙을 소유로 증명하는 문화적 질서를 무너뜨리고, 관계 중심의 신앙으로 재구성한다"고 해석합니다.
7. 욥의 부는 신앙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신학적 장치였다
욥에게 있어서 부는 그의 신앙의 진정성을 드러내기 위한 배경, 무대, 장치였습니다.
그의 신앙이 ‘소유와 무관하게 진실한지’ 드러내기 위한 하나님의 신학적 장치 였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재산은 종종 신앙의 증거 또는 삶의 성공 기준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으나
욥은 "하나님이 내 삶의 주인이시다"라고 신앙의 가장 깊은 고백을 합니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동시에 선언합니다.
-하나님은 주시는 분(Creator)이다.
→ 생명, 시간, 자녀, 소유, 기회, 건강 모두 하나님이 나탄하신 선물이다.
-하나님은 거두시는 분(Sovereign)이다.
→ 인간이 붙잡고 싶은 것을 하나님이 라카흐하실 때도 그분의 의도는 여전히 선하다.
따라서 욥의 말은 절망의 언어가 아니라,
"나는 하나님과 소유를 동일시하지 않는다" 라는 믿음의 선언입니다.
하나님이 주셔도 하나님이고, 가져가셔도 하나님이며, 그분은 변하지 않으신다.
이 고백은 신앙의 가장 성숙한 형태입니다.
욥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와 신앙의 관계를 해체하여 정리하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는 신앙의 근거가 아니라, 부는 신앙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자리에 놓여야 한다.”
"나는 가진 것으로 하나님을 이해하는가, 아니면 하나님으로 나의 가진 것을 해석하는가"
8.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
- 부와 사회적 책임: 오늘의 '부(재산·자본)'도 단지 개인의 사적 성취가 아니라 공적 책임을 수반합니다(지역사회 환원, 공정한 비즈니스 관행, 고용 창출 등).
- 표지의 유혹: 풍요는 ‘샬롬’의 징표로 오해되어 ‘복의 증거’로만 소비되기 쉽습니다. 욥의 이야기는 풍요가 신앙의 진위를 가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 제의적·공동체적 삶의 회복: 욥이 가족을 위해 제사를 드린 것처럼, 오늘의 풍요 또한 공동체적·제도적(공공 정책·교회 공동체) 차원에서 환대와 정의로 연결돼야 합니다.
- 소유와 정체성의 분리: 우리의 정체성(Who I am)은 소유(What I have)에 의해 규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욥은 소유를 잃었지만 자아(존엄)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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