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출애굽기의 성막 경제와 열왕기상의 솔로몬 성전 경제를 비교하고 두 가지 경제 모델을 분석합니다. 자발적 공동체 경제와 중앙집권적 국가 경제의 차이를 통해 성경적 경제 윤리 및 권력과 신앙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현대 교회와 사회에 주는 메시지를 들여다봅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출애굽기의 성막 경제와 열왕기상의 성전 경제 비교 출애굽기 25장부터 31장까지와 열왕기상 5장에서 8장까지는 모두 하나님을 위한 거룩한 공간인 성막과 성전을 중심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성막과 성전은 각각 광야 시대와 왕정 시대를 대표하는 예배의 중심지였습니다. 하나님의 임재가 공동체 한가운데 머문다는 신앙 고백의 공간이었습니다. 이 두 건축물은 기능적으로는 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경제 구조와 노동 체계를 살펴보면 전혀 다른 신학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출애굽기의 성막은 국가도 왕도 존재하지 않던 광야 공동체 안에서 형성된 예배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막 건축을 떠받친 경제 역시 분권적이고 자발적이며 공동체 구성원들의 참여에 기반한 경제였습니다. 그러나 열왕기상의 성전은 통일 왕국 체제 아래에서 건축된 국가 프로젝트였으며, 그 경제 구조는 왕권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적이고 조세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 주도형 경제였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시대적 환경의 변화로만 설명될 수 없습니다. 성경은 이 두 경제 모델을 나란히 제시함으로써 신앙과 경제 및 권력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신학적 질문을 합니다.
1. 출애굽기의 성막 경제는 자발성과 분업의 공동체 경제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출애굽기의 성막 경제와 열왕기상의 성전 경제 비교 출애굽기 25장부터 31장까지는 성경 전체에서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성막에 관한 상세한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이 본문이 강조하는 핵심은 설계의 정교함만이 아니라, 성막이 어떤 경제 구조 위에서 가능했는가에 있습니다. 출애굽기 25장 2절에서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나에게 예물을 바치게 하여라. 누가 바치든지, 마음에서 우러나와 나에게 바치는 예물이면 받아라." (새번역)라고 기록하면서 성막 경제의 원리를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성막 건축을 위한 재원은 강제적 조세나 권력에 의한 징발이 아니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 각자의 자발적 헌물에서 나왔습니다. 금색과 은색 및 청색 실과 자색 실은 개인의 소유였으나, 기쁨과 헌신을 통해 공동체의 공공 자산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를 냈는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참여했는가였습니다.
또한 성막 경제는 철저한 집단적 분업 구조 위에서 작동하였습니다. 하나님은 브살렐 한 사람만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출애굽기 31장 6절에서 "분명히 나는 단 지파 사람 아히사막의 아들 오홀리압이 브살렐과 함께 일하게 하겠다. 그리고 기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지혜를 더하여, 그들이 내가 너에게 명한 모든 것을 만들게 하겠다."(새번역)라고 말씀하시면서 오홀리압과 더불어서 기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지혜를 더하여 함께 일하게 하셨습니다. 이것은 성막 건축이 영웅적 지도자의 업적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생산 활동이었음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히브리어 성경에서 이들의 기술 노동은 מְלָאכָה(melakhah, 멜라카)로 표현됩니다. 이 단어는 창세기에서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설명할 때 사용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성막 경제에서의 노동이 단순한 생계 수단이나 노무 제공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참여하는 신학적 행위였음을 의미합니다. 구약학자 크리스토퍼 J. H.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는 그의 저서 『Old Testament Ethics for the People of God』에서 성막을 '이스라엘 공동체 경제의 재분배 중심지'로 규정하며, 성막 경제가 축적과 독점을 지향하지 않고, 공공성과 공동체 섬김을 목표로 했다고 평가합니다.
2. 솔로몬의 성전 경제는 중앙집권적 국가 재정 체계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출애굽기의 성막 경제와 열왕기상의 성전 경제 비교 열왕기상에 기록된 솔로몬의 성전 경제는 성막 경제와 뚜렷한 대조를 이룹니다. 솔로몬의 성전은 출애굽기의 성막과 같은 이동식 예배 공간이 아니라, 왕권과 국가 체제의 정점에 세워진 영구적 건축물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경제 구조 역시 국가 주도의 조직적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였습니다. 열왕기상 5장 13절에 " 솔로몬 왕은 이스라엘 전국에서 노무자를 불러 모았는데, 그 수는 삼만 명이나 되었다."(새번역)라고 서술합니다. 이 말은 솔로몬이 성전 건축을 위해 이스라엘 전역에서 삼만 명의 노무자를 동원하였다는 말 입니다. 이는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왕권에 의해 조직된 노동 동원이었습니다. 또한 열왕기상 4장 7절에 "솔로몬은 온 이스라엘 지역에다가, 관리를 지휘하는 장관 열둘을 두었는데, 그들은 각각 한 사람이 한 해에 한 달씩, 왕과 왕실에서 쓸 먹거리를 대는 책임을 졌다."(새번역)라고 기록합니다. 이 말은 열두 지방 총독이 매년 한 달씩 돌아가며 왕실과 궁정을 부양하도록 하는 조세 제도를 설명하는 말입니다. 이 제도는 성전과 왕실 유지 비용을 전국적으로 분산시키는 구조였으며, 성전 경제가 제도화된 조세 시스템 위에서 유지되었음을 보여 줍니다.
더 나아가 열왕기상 9장 28절 "그들이 오빌에 이르러, 거기서 사백이십 달란트의 금을 솔로몬 왕에게로 가져 왔다." (새번역) 라는 말씀대로 솔로몬 왕은 두로 왕 히람과의 동맹을 통해 해상 무역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였고, 오빌에서 대량의 금을 수입하였습니다. 열왕기상 10장 14절 "솔로몬에게 해마다 들어오는 금의 양이 육백육십육 달란트였다"(새번역)고 서술하는데 이것은 부가 일시적 성과가 아니라 해마다 솔로몬에게 들어오는 금의 무게가 육백육십육 달란트였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지속적이고 구조화된 축적이었음을 강조합니다. 신학자 리처드 넬슨(Richard D. Nelson)은 자신의 저서 『First and Second Kings』에서 솔로몬의 성전 건축을 '이스라엘 경제력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러한 경제 구조가 신명기 왕권 규정과 긴장 관계에 놓여 있음을 지적합니다.
3. 성막 경제와 성전 경제의 결정적 차이는 권력과 부의 방향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출애굽기의 성막 경제와 열왕기상의 성전 경제 비교 성막 경제와 성전 경제의 결정적 차이는 부와 권력이 어디로, 어떻게 흐르는가에 있습니다. 출애굽기 성막 경제에서는 재화가 공동체 구성원으로부터 모여 다시 공동체 전체를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노동은 위계적 명령이 아니라 소명과 협력의 형태로 이루어졌고, 기술은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공동체를 섬기는 도구였습니다.
그런데 솔로몬 왕의 성전 경제에서는 부와 노동이 왕권을 중심으로 집중되었습니다. 성전은 분명히 하나님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지만 솔로몬 왕권의 위엄과 정당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정치적 상징물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정황으로 신앙이 경제 권력을 비판적으로 견제해야 하는 부분이 약화되었고 오히려 솔로몬 왕권의 위엄을 정당화 하는 언어로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솔로몬 왕이 계획하고 진행하는 모든 일들을 신앙이 지지해주고 뒷받침 해주는 시녀가 된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던 것입니다. 신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자신의 저서 『1 Kings』에서 이 구조를 분석하며, "성전 중심 경제는 신앙이 권력을 감시하지 못할 때, 권력을 가리는 장막이 될 위험을 지닌다"고 경고합니다. 그는 솔로몬 체제를 신앙과 권력이 가장 세련되게 결합된 시기로 평가하면서도, 바로 그 점이 신학적으로 가장 위험한 지점이었다고 설명합니다.
4. 두 경제 모델이 오늘날 사회와 교회에 던지는 질문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출애굽기의 성막 경제와 열왕기상의 성전 경제 비교 출애굽기의 성막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성막과 열왕기상의 솔로몬 성전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성전은 모두 하나님을 예배하는 장소로 사용할 목적으로 세워졌였습니다. 그러나 그 경제적 성격은 확연하게 달랐습니다. 출애굽기의 성막은 자발성과 분업 및 공공성에 기초한 공동체 경제였고, 열왕기상 솔로몬의 성전은 중앙집권과 축적 및 왕권 강화를 중심에 둔 경제였습니다. 이 두 경제 모델은 오늘날 한국 사회와 교회에 진솔한 질문을 던집니다. 교회 건축과 교회 안의 여러 체제는 교회 공동체와 사회를 살리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부류의 조직과 특정 권력을 강화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피게 합니다. 신앙이 종교와 사회 및 경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힘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아니면 신앙이 종교와 사회 및 경제 권력을 향해 본래의 목적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패와 부정을 덮고 정화기능을 상실하여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인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성경은 출애굽 시대의 성막을 짓는 과정과 왕정시대의 성전을 건축하는 과정을 기록하면서 그 배후의 경제 구조 안에서 신앙이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공동체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참여하는 경제 활동 속에서 신앙이 호흡할 때와 왕권을 가진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인도하는 경제 활동 속에서 신앙이 호흡할 때 차이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자의 성막 경제는 모두가 참여하는 올바른 경제활동을 통해 신앙이 공동체를 섬길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후자의 성전 경제는 중앙 경제 권력과 신앙이 결합하는 듯한 모습을 띄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두 경제 모델의 대비를 통해 성경은 돈과 권력 및 신앙이 어떠한 관계로 스며들어야 건강한 공동체를 혹은 온전한 국가를 세워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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