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출애굽기 31장에 회막 기물을 만드는 기술자로 등장하는 브살렐과 오홀리압을 통해 본 성경적 경제관과 노동 윤리를 알아봅니다. 성막 건축과 성막 경제의 신학적 의미를 들여다봅니다. 성막 건축에서 나타난 신앙과 경제의 통합 및 고대 이스라엘 공동체 경제 구조를 살펴봅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막 건축에 나타난 성막 경제 출애굽기 31장 1절부터 11절은 성막 건축을 위한 기술자들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본문은 흔히 예배 공간의 준비 과정으로만 읽히지만 깊이 살펴보면 고대 이스라엘 공동체의 경제 구조와 노동 윤리 및 가치관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매우 중요한 본문입니다. 특히 브살렐과 오홀리압의 활동은 신앙과 경제가 분리되지 않았던 이스라엘 사회의 특징을 잘 보여 줍니다. 성경은 이 두 인물을 단순한 장인이나 하청 노동자가 아니라 하나님께 부름받은 전문 기술자로 묘사합니다. 이것은 경제 활동이 신앙의 주변부가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영역이었음을 시사합니다.
1. 브살렐과 오홀리압의 부르심과 경제적 역할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막 건축에 나타난 성막 경제 출애굽기 31장 2절에는 " 보아라, 내가, 유다 지파 사람 훌의 손자요 우리의 아들인 브살렐을 지명하여 불러서"(새번역)라고 브살렐을 지명하여 불렀다고 말씀합니다. 또한 6절에는 "분명히 나는 단 지파 사람 아히사막의 아들 오홀리압이 브살렐과 함께 일하게 하겠다. 그리고 기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지혜를 더하여, 그들이 내가 너에게 명한 모든 것을 만들게 하겠다."(새번역)고 오홀리압을 브살렐과 함께 일하게 하겠다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하나님께서 특정 기술 노동자를 '지명하여 부르셨다'는 표현입니다. 히브리어 성경에서 '부르다'에 해당하는 동사는 קָרָא(qara, 카라)입니다. 이것은 예언자 소명이나 공동체적 사명 부여에 사용되는 신학적 용어입니다. 다시 말하면 브살렐과 오홀리압의 경제 활동은 생계 유지 차원이 아니라, 명백한 소명 행위였습니다. 이러한 공동체적 부르심으로 브살렐과 오홀리압은 성막과 기구 제작이라는 국가의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귀금속 가공과 직물 제작 및 조각과 설계라는 고도의 기술 노동을 수행하였습니다. 이것은 고도의 기술 노동이 고대 이스라엘 경제에 있어서 중심 영역이었음을 보여 줍니다.
2. 기술과 노동에 대한 성경적 경제관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막 건축에 나타난 성막 경제 출애굽기 31장 3절에는 브살렐이 성막과 기구 제작을 담당하게 될 때 필요한 능력에 대한 근원을 설명합니다. "내가 하나님의 영을 그에게 충만하게 하여, 지혜와 총명과 지식과 여러 가지 기술을 갖추게 하였다."(새번역) 여기서 '기술'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מְלָאכָה(melakhah, 멜라카)입니다. 히브리어 성경에서 ‘기술’로 번역된 מְלָאכָה(melakhah, 멜라카)라는 단어는 단순한 육체 노동이나 반복적인 노무를 가리키지 않습니다. 이 단어는 의도성, 숙련도, 그리고 목적 지향성을 내포한 전문적 생산 활동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멜라카는 힘을 쓰는 행위 자체보다, 계획과 이해, 숙련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 작업을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출애굽기 31장 3절에서 브살렐의 능력을 설명할 때 이 단어가 사용되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성경은 브살렐을 단순히 손재주가 좋은 장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혜와 총명과 지식을 부어 주셔서 멜라카를 수행할 수 있게 하신 인물로 묘사합니다. 이는 기술 노동이 단순히 인간의 생존 기술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사와 소명에 속한 영역임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멜라카라는 단어가 창세기 2장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된다는 사실입니다. 창세기 2장 2절에는 "하나님은 하시던 일을 엿샛날까지 다 마치시고, 이렛날에는 하시던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다."(새번역)라고 기록합니다. 여기서 '일'로 번역된 표현이 바로 מְלָאכָה(melakhah, 멜라카)입니다. 즉, 성경은 하나님의 창조 행위 자체를 멜라카라는 단어로 설명합니다. 이는 인간의 기술 노동과 하나님의 창조 행위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 아니라, 같은 언어 범주 안에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점은 신학적으로 매우 깊은 함의를 지닙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시는 분으로 고백하지만, 동시에 그 창조 행위를 무질서한 힘의 발산이 아니라, 질서 있고 목적 있는 작업, 곧 멜라카로 묘사합니다. 다시 말해, 창조는 하나님의 계획과 지혜가 구현된 의도적 생산 행위였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브살렐과 오홀리압의 기술 노동은 단순히 성막을 만드는 하위 노동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참여하는 행위로 이해됩니다. 인간이 수행하는 멜라카는 하나님의 멜라카를 모방하고 반영하는 활동이며, 이는 인간 노동의 존엄성과 신학적 가치를 강하게 뒷받침합니다. 또한 멜라카라는 단어는 안식일 규정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출애굽기 20장과 31장에서는 안식일에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하는데, 여기서 금지된 '일' 역시 멜라카입니다. 이는 안식일이 단순한 휴식일이 아니라, 창조의 질서를 기억하고, 인간의 생산 활동이 절대화되는 것을 멈추게 하는 신학적 장치임을 보여 줍니다. 인간의 멜라카는 의미 있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멜라카를 대체하거나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출애굽기 31장에서 브살렐의 멜라카는 두 가지 방향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 기술과 노동은 신앙과 분리된 세속 영역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이 임재하는 거룩한 활동이라는 점입니다. 둘째, 그 노동은 언제나 하나님의 창조 행위와 안식의 질서 아래 놓여 있어야 하며, 스스로 절대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멜라카라는 단어는 브살렐과 오홀리압의 경제활동을 단순한 공예 작업이 아니라, 신앙과 경제 및 노동과 윤리가 하나로 결합된 성경적 노동관의 원형으로 이해하게 만듭니다. 성막은 기술 위에 세워졌고, 그 기술은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반영하는 멜라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멜라카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참여하는 행위임을 알려줍니다. 브살렐과 오홀리압의 경제 활동은 예배 이전에 이미 예배적 성격을 띠고 있었으며, 기술 그 자체가 신앙의 표현이었습니다.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그의 저서 『Theology of the Old Testament』에서 이 본문을 '이스라엘의 경제는 신앙과 분리된 중립 영역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가 실현되는 장소'라고 평가합니다. 그는 브살렐의 기술이 성전 경제를 가능하게 했으며, 이를 통해 공동체 전체가 하나님 나라의 질서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3. 분업 구조와 성막 경제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막 건축에 나타난 성막 경제 출애굽기 31장 6절은 "분명히 나는 단 지파 사람 아히사막의 아들 오홀리압이 브살렐과 함께 일하게 하겠다. 그리고 기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지혜를 더하여, 그들이 내가 너에게 명한 모든 것을 만들게 하겠다."라고 밝힙니다. 하나님께서 브살렐 한 사람만이 아니라, 오홀리압과 "기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지혜를 더하여, 그들이 내가 너에게 명한 모든 것을 만들게 하겠다."고 기록합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브살렐 한 사람만을 중심 인물로 세우신 것이 아니라, 오홀리압과 더불어 '기술 있는 모든 사람'을 공동 사역자로 부르셨음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이는 성막 건축이 개인 영웅의 재능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라, 집단적 분업과 협력에 기초한 경제 구조였음을 의미합니다. 성막 경제는 특정 지도자의 능력을 과시하는 체제가 아니라, 각자의 기술과 역할이 존중되는 공동체적 생산 체계였습니다.
특히 '기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지혜를 더하여'라는 표현은 노동 능력이 하나님께서 공동체 전체에 분배하시는 은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로써 성막 건축은 일부 엘리트 기술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공공 프로젝트로 자리 잡게 됩니다. 성막 건축에 사용된 금색, 은색, 청색 실과 자색 실은 백성의 자발적 헌물을 통해 모았습니다. 이 재화들은 개인의 소유로 축적되지 않고, 브살렐과 오홀리압의 기술을 통해 가공되어 공동체 예배를 위한 공공 자산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고대 이스라엘 사회 안에서 재화를 수집하고 가공하여 공공의 자산으로 사용하는 경제 순환 구조가 존재했음을 보여 줍니다.
구약학자 크리스토퍼 J. H.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는 자신의 저서 『Old Testament Ethics for the People of God』에서 이 본문을 언급하며, '성막은 단순한 종교 건축물이 아니라, 이스라엘 공동체 경제의 재분배 중심지'라고 설명합니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기술 노동은 개인의 생계 수단을 넘어 공동체 신앙과 경제를 연결하는 핵심 매개였으며, 성막은 그 연결이 가장 구체적으로 구현된 장소였습니다. 이처럼 출애굽기 31장의 성막 경제는 노동과 기술 및 재화와 신앙이 분리되지 않은 구조를 보여 주며, 공동체 전체가 하나님의 사역에 참여하는 경제 윤리의 원형을 제시합니다.
4. 성막 경제는 곧 윤리 경제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막 건축에 나타난 성막 경제 브살렐과 오홀리압이 중심으로 한 성막 경제활동에서 주목할만한 또 하나의 특징은 축적이 아닌 사용입니다. 이들은 귀금속을 사적으로 축적하지 않았으며, 모든 기술과 산출물을 공동체 예배를 위해 사용하였습니다. 이는 신명기적 경제 윤리, 즉 부의 목적이 개인의 안전이 아니라 공동체의 거룩함에 있다는 원리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또한 이들의 기술은 왕권이나 지배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광야 공동체 전체를 위한 공공재 생산에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이후 솔로몬 시대의 성전 경제와 비교할 때, 매우 대조적인 모델을 제시합니다.
출애굽기 31장에 언급된 브살렐과 오홀리압을 중심으로 하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경제활동은 성경이 제시하는 가장 건강한 경제 모델 중 하나입니다. 이들의 노동은 신앙과 분리되지 않았고, 기술은 하나님의 영과 대립되지 않았으며, 생산은 축적이 아니라 공동체 섬김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성막 공동체의 이러한 모습들은 오늘날 한국 사회와 교회에 묻습니다. 우리의 기술과 노동은 누구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지, 경제적 능력은 개인의 성공을 위한 수단인지, 아니면 공동체를 살리는 자원인지 질문합니다. 브살렐과 오홀리압을 포함한 이스라엘 공동체의 이야기는 신앙이 경제를 부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경제를 통해 구현되는 신앙을 지향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성막은 기술 노동 위에 세워졌고, 그 노동은 곧 하나님께 드려진 예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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