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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경제활동과 초대 교회의 선교 구조

📑 목차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의 공동 노동과 경제활동을 신학적 관점과 사회사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초대 교회가 어떻게 로마제국의 현실 세계 속에서 복음의 확장성을 이어갔는지 알아봅니다. 더불어 부부의 공동 경제활동과 성별 역할의 재구성에 대한 내용과 사도행전이 제시하는 선교신학과 경제활동의 연관성도 들여다봅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경제활동과 초대 교회의 선교 구조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경제활동과 초대 교회의 선교 구조 사도행전의 내용을 통해 초대 교회의 모습을 그려보면 부활 승천한 예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가운데 재산과 소유물을 공동 소유하여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는 '재산을 포기한 가난한 신앙 공동체'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사도행전과 바울 서신을 상세히 읽어 보면, 초대 교회는 재산과 노동을 거부한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경제활동을 선교와 공동체 형성의 기반으로 재구성한 공동체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입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는 단순히 바울의 동역자였던 부부가 아닙니다. 노동과 신앙 및 가정과 교회 그리고 경제와 선교가 결합된 새로운 삶의 형태를 보여 준 인물들입니다. 이 부부의 공동 경제활동은 개인 생계를 넘어, 초대 교회의 이동성과 확장성을 가능하게 한 구조적 토대였습니다. 

    1.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배경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경제활동과 초대 교회의 선교 구조 사도행전 18장 2절은 " 거기서 그는 본도 태생인 아굴라라는 유대 사람을 만났다. 아굴라 글라우디오 황제가 모든 유대 사람에게 로마를 떠나라는 칙령을 내렸기 때문에, 얼마 전에 그의 아내 브리스길라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이다. 바울은 그들을 찾아갔는데,"(새번역)로 기록합니다. 이 말씀은 아굴라와 브리스길라가 강제 이주를 경험한 디아스포라 유대인 부부였음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로마 황제 글라우디오의 추방령은 이들을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몰아넣었지만, 동시에 이들은 이동성과 적응력을 갖춘 노동자로서 새로운 지역에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신약학자 웨인 믹스(Wayne Meeks)는 그의 저서 『The First Urban Christians』에서 초대 교회의 주요 구성원이 "도시 하층과 중간 계층에 속한 숙련 노동자들이었다"고 분석합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역시 바로 이러한 사회적 위치에 있던 인물들로, 경제적으로 취약층에 속하는 전문 기술을 소유한 계층이었습니다.

     2. 장막 만드는 일과 공동 노동의 신학적 의미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경제활동과 초대 교회의 선교 구조 사도행전 18장 3절은" 생업이 서로 같으므로, 바울은 그들 집에 묵으면서 함께 일을 하였다. 그들의 직업은 천막을 만드는 일이었다."(새번역)은 기록합니다. 여기에서 언급되는 '천막을 만드는 일'은 헬라어로 σκηνοποιός(skēnopoios, 스케노포이오스)입니다. σκηνοποιός(skēnopoios, 스케노포이오스)는  σκηνή(skēnē, 스케네)와 ποιέω(poieō, 포이에오)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합성어 입니다.  σκηνή(skēnē, 스케네) 는 거처나 장막을 의미합니다. ποιέω(poieō, 포이에오)는 만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단어가 결합된 이 단어는 단순히 천을 꿰매는 일을 의미하지 않습니다.이 표현은 거주와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물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기술자를 가리킵니다. 이 직업은 가죽이나 거친 직물이나 방수 처리된 천을 다루는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였습니다. 원자재 확보와 가공 및 완제품 판매까지 이어지는 복합적인 경제 활동이었습니다. 

     

    1세기 로마 제국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영역을 넓혀갔습니다.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필수적으로 군인들을 동반하게 되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상업도시도 끊임없이 건설하였습니다. 군사 주둔지와 상업 도시를 끊임없이 건설하고 있던 이 시기에 가장 필수적인 물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동과 거주를 가능하게 하는 임시 주거 시설이었습니다. 군인과 상인 및 순회 관리인 그리고 노무자와 각종 장터, 경기 행사에 참여하는 인구는 끊임없이 이동하였고,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물리적 기반이 바로 천막이었습니다. 따라서 장막 제조업은 로마 제국의 군사와 행정 및 상업 구조 전체를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특히 국제 항구 도시였던 고린도에서 장막 제조업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린도는 로마 제국의 동서 교역로가 교차하는 상업 중심지였습니다. 퇴역 군인과 상인, 노예와 자유민, 순회 철학자와 종교인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도시였습니다. 이러한 공간에서는 단기 체류자를 위한 임시 거주 시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였습니다. 따라서 장막 제조업자는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가 고린도에서 바울과 함께 이 일을 하였다는 사실은, 이 부부가 단순한 생계형 노동자가 아니라 도시 경제의 흐름을 읽고 그 안에 자리 잡은 숙련된 수공업자였음을 보여 줍니다. 여기서 더욱 주목할 점은 이 경제활동이 부부 공동의 노동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사도행전과 바울 서신에서 브리스길라의 이름은 여러 차례 아굴라보다 먼저 언급됩니다. 이는 당시 가부장적 사회 질서 속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브리스길라가 단순한 내조자가 아니라 동등한 노동 주체이자 사역의 동반자였음을 암시합니다. 장막 제조업은 개인 단위의 노동이 아니라, 가정 단위의 작업장이 필요했던 산업이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기술과 거래망을 공유하며 운영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습니다. 브리스길라는 이 공동 경제 구조 안에서 기술과 판단 및 대인 관계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신약학자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Elisabeth Schüssler Fiorenza)는 자신의 저서 『In Memory of Her』에서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를 '가정과 노동을 선교의 공간으로 전환한 평신도 지도자들'로 평가합니다. 그녀에 따르면, 이들의 장막 제조 노동은 단순히 바울을 돕기 위한 후방 지원이 아니었습니다. 복음 선포가 특정 후원자나 제도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독립된 경제 기반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 부부의 노동은 복음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가능하게 한 신학적 행위였습니다.

     

    로마 제국의 팽창은 필연적으로 계층 간 격차와 노동 착취를 동반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기술을 가진 수공업자에게는 이동성과 자율성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노동을 제국의 논리에 종속시키지 않고, 복음 공동체를 지탱하는 자원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들의 작업장은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바울과 같은 선교사들이 머물며 토론하고 가르치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선교의 거점이 되었습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장막 제조업은 표면적으로는 로마 제국의 경제 구조와 맞물린 현실적인 노동이었지만, 내면적으로는 로마 제국의 경제 구조를 지혜롭게 활용한 신앙 실천의 일부분이였던 것입니다. 이들은 제국의 팽창이 만들어 낸 수요를 이용하되, 권력 축적이나 사적인 부의 증식으로 이용하지 않고 신앙 공동체의 형성과 유지 및 복음의 확장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경제활동은  사도행전이 제시하는 선교신학과 경제활동이 연결되었음을 보여주는 핵심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가정 경제와 가정 교회의 결합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경제활동과 초대 교회의 선교 구조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의 경제활동은 그들의 가정이 곧 교회가 되는 구조로 이어졌습니다. 로마서 16장 3절에서 5절 까지는 "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의 동역자인 브리스가와 아굴라에게 문안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내 목숨을 구해 준 사람들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이방 사람의 모든 교회도 그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집에서 모이는 교회에도 문안하여 주십시오. 나의 사랑하는 에배네도에게 문안하여 주십시오. 그는 아시아에서 그리스도를 믿은 첫 열매입니다."(새번역)라고 기록합니다. 여기서 '집에서 모이는 교회'는 헬라어 κατ’ οἶκον ἐκκλησία(kat’ oikon ekklēsia, 카트 오이콘 에클레시아)로, 사적 공간과 경제 활동의 공간이 신앙 공동체의 공간으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 구조는 임대료나 제도적 후원 없이도 교회가 유지될 수 있었던 현실적 이유를 제공합니다. 신약학자 존 바클레이(John Barclay)는 자신의 저서 『Paul and the Gift』에서 바울의 선교는 '자급 노동과 후원 네트워크의 결합 구조' 바탕으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의 가정 경제는 바로 자급과 노동과 후원 네트워크의 결합 구조의 핵심 거점이었다고 강조합니다.

    4. 공동 경제활동과 성별 역할의 재구성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경제활동과 초대 교회의 선교 구조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공동 경제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남여 성별에 따른 역할 분리가 비교적 느슨하다는 점입니다. 사도행전 18장 26절은 " 그가 회당에서 담대하게 말하기 시작하니, 브리스길라 아굴라가 그의 말을 듣고서, 따로 그를 데려다가, [하나님의]'도'를 더 자세하게 설명하여 주었다."(새번역)라고 기록하느데 여기서 브리스길라가 아굴라와 함께 아볼로에게 하나님의 도를 더 자세하게 설명하여주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초대 교회에서 경제활동과 신앙 교육 및 공동체 지도력 등의 위치를 특정 성별이 독점하지 않았음을 보여 줍니다. 노동을 통해 확보된 경제적 자율성은 브리스길라가 공적 신앙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사회사학자 캐롤린 오시크(Carolyn Osiek)는 자신의 저서 『A Woman’s Place』에서 "경제적 기여가 여성의 발언권과 지도력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합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는 이 캐롤린 오시크(Carolyn Osiek)가 주장하는 경제적 기여가 여성의 발언권과 지도력을 가능하게 했다는 이론을 성경 본문 안에서 실증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공동 경제활동은 초대 교회가 이상주의적 공동체가 아니라, 현실 경제 속에서 복음을 살아 낸 실천 공동체였음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이 부부는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그 노동을 선교의 토대와 공동체 형성의 자원으로 전환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신앙과 경제는 종종 분리된 영역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의 삶은 신앙이 경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신앙 안에서 책임 있게 구현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교회는 재산을 숭배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배척하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하는가 입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는 그 질문에 대해 말보다는 공동의 경제활동을 통한 삶으로 묵묵히 보여주는 신앙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