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룻기의 고엘제도를 통해 본 하나님나라 경제

📑 목차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에 관한 내용 중 성경 속의 경제활동을 살펴보려 합니다.구약성경 룻기의 역사적 배경,이삭줍기,고엘제도,이삭줍등의 내용을 알아봅니다.히브리어 성경과 신학자들의 견해를 토대로 룻기의 고엘제도에 나타난 하나님나라 경제를 탐구합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룻기의 고엘제도를 통해 본 하나님나라 경제

     

     대부분 독자들은 룻기를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 혹은 '다윗 왕이 탄생하기 까지의 계보' 정도로 읽지만, 구약학적 관점에서 룻기는 고대 이스라엘의 경제적 정의, 공동체 윤리, 토지 제도, 취약계층 보호 구조가 생생하게 드러난 책입니다.룻의 생생한 삶을 자리에는 기근, 이주, 노동, 이삭줍기, 고엘(기업무르기), 토지 상속 문제 등 경제적 주제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당시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였던 과부와 이방 여인의 생존이 어떻게 공동체의 경제 구조 안에서 보호받고,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회복되는지 보여줍니다.구약 성경학자 로버트 허바드(Robert  L. Hubbard)는 『The Book of Ruth』(NICOT)에서 룻기에 대해 '신학적으로 가장 정교한 경제·사회 단편'이라고 평가합니다. 특히 그는 룻기가 제시하는 경제 구조가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복지 제도와 공동체 경제 신학을 가장 실제적인 삶의 이야기 안에 구현한 책이라고 분석합니다.

     

    오늘날 경제 현실 안에는고령화, 저성장, 노동시장 불평등, 이주 노동자 문제, 청년층의 불안정 노동 등 다양한 구조적 문제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룻기에서 보여주는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하나님나라의 경제 관념'은 단순한 종교적 교훈을 넘어 사회적·경제적 통찰을 제공하며, 신앙 공동체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1. 룻기의 경제적·역사적 배경

    1-1. 사사시대의 취약한 경제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룻기 1장 1절에는 룻기의 시간적 배경을 '사사 시대'(룻 1:1, 새번역)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사기 21장 25절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뜻에 맞는 대로 하였다(새번역)"로 기록할 정도로 사사 시대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혼란이 지속되던 시기였습니다. 중앙 정부가 없었던 상태여서 지역별 치안도 불안정했습니다. 기후의 영향으로 기근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경제 활동의 기반이 되는 농업 생산 체계는 불안정하였습니다. 

    룻기는 룻기 1장에서 사사 시대에 기근이 든 일이 있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기근으로 엘리멜렉의 가족이 모압으로 이주합니다.

    기근은 단순한 자연 재해가 아니라 국가적 공급시스템 붕괴, 토지 생산력 하락, 가난 계층의 급증, 사회적 안전망 부재를 의미했습니다.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당시 가나안 지역은 강대국의 전쟁 여파와 농업 생산력의 저하로 경제 충격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한 시대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사람들은 가족 구조가 약하거나 노동력이 없는 취약계층이었습니다.

     

    1-2. 과부와 이방 여인의 경제적 위치

    이스라엘 사회에서 과부는 보호가 필요한 계층이었습니다. 남편이 없다는 것은  토지상속 불가, 법적 보호자 부재, 경제활동의 제한
    을 의미했습니다. 며느리 룻은 '이방 모압 여인, 토지와 노동력 없는 가난한 자'라는 사회적 약점까지 지니고 있었습니다.당시 사회에서 이들이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수단 자체가 부족했습니다. 신명기와 레위기에서 가장 보호해야 할 계층이 바로 고아, 과부, 나그네(이주민)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룻기는 가장 취약한 경제계층의 삶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성경학자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는 『Old Testament Ethics for the People of God』에서 고대 이스라엘 법이 "가난한 자 보호를 경제 정의의 중심에 두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사회 구조상 가장 낮은 경제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었고, 룻기의 서사는 이러한 취약한 계층이 하나님의 율법과 공동체 윤리 안에서 어떻게 보호받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됩니다.

     

    2. 이삭줍기 제도 : 하나님나라 복지경제

    2-1. 레위기·신명기 법과의 연계성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룻기 2장에서 룻이 밭에서 이삭을 줍는 장면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구약 율법이 보장한 제도적 복지 정책이었습니다. 레위기 19장 9절–10절과 신명기 24장 19절~22절에서는 추수할 때 모퉁이를 남기고 떨어진 이삭을 줍도록 허용했습니다. 

     

    "밭에서 난 곡식을 거두어들일 때에는, 밭 구석구석까지 다 거두어들여서는 안 된다. 거두어들인 다음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서도 안 된다."(레 19:9, 새번역)

     

    "당신들이 밭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곡식 한 묶음을 잊어버리고 왔거든, 그것을 가지러 되돌아가지 마십시오. 그것은 외국 사람과 고아와 과부에게 돌아갈 몫입니다. 그래야만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이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려 주실 것입니다." (신 24:19, 새번역)

     

    이러한 이삭줍기 제도는 추수하는 자들에게 자비를 요구하였는데 이것은 가난한 자의 생계를 보조하고, 노동을 통해서 기본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며, 부의 독점을 방지하는 하나님이 만드신 법적인 경제 정책이었습니다. 

     

    이삭줍기 제도의 핵심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이삭줍기는 농부의 선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둘째,가난한 사람, 과부, 고아, 외국인의 생존을 보장하는 공적 복지 구조를 보여줍니다.셋째,노동을 통한 구제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존엄성 보호 제도입니다. 결국 이삭줍기는 신약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구조화된 정의(structured justice)'였던 것입니다.

     

    2-2. 보아스의 경제적 의로움

    보아스는 그저 착한 사람이 아니라, 율법과 공동체 윤리를 철저히 실천한 경제적 의인입니다. 그는 룻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여보시오, 새댁,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시오. 이삭을 주우려고 다른 밭으로 가지 마시오. 여기를 떠나지 말고, 우리 밭에서 일하는 여자들을 바싹 따라다니도록 하시오."(룻 2:8, 새번역)

     

    보아스는 율법의 최소 기준을 너머서 최대한으로 배려했습니다. 다시말해 룻을 위험에서 보호했고, 충분히 이삭을 줍도록 허용했으며, 물과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젊은 남자 일꾼들에게 곡식 단에서 의도적으로 조금씩 이삭을 뽑아 흘리라고명령했습니다.이러한 보아스의 조치는 오늘날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기업이 정당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고 추가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ESG 경영의 신학적 원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3. 이삭줍기의 신학적 핵심

    '이삭줍기'가 보여주는 하나님나라 경제의 원리를 몇가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자본과 생산수단(토지)은 하나님 소유입니다. 

    둘째, 부는 축적이 아니라 ‘나눔의 순환’이 중심입니다.셋째, 노동의 존중을 통해 가난한 자의 dignity(존엄)를 보호합니다.이러한 하나님 나라 경제의 원리는 현대 사회의 복지정책,공정노동,기본소득 논의 등에 있어서 시사점을 줍니다.

     

    3.업무르기(גֹּאֵל , 고엘)의 경제 신학

    3-1. 고엘 제도의 의미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기업무르기 제도는 고대 이스라엘의 사회경제적 안전망이었습니다. 히브리어 גֹּאֵל (go’el, 고엘)은 '속량하다, 되찾다, 회복시키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가까운 친족 중 한 명이 가문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가문의 이름과 재산의 지속성을 확보하여 가문계승과 유지를 하고, 토지의 원소유자를 회복하며,  경제적 파탄을 방지하여 가족의 생존을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적 연대 책임을 수행하는 기능을 했습니다.레위기 25장은 이 고엘제도를 토지 구조와 연결하여 설명합니다. 특히 레위기 25장 23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땅을 아주 팔지는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다만 나그네이며, 나에게 와서 사는 임시 거주자일 뿐이다."(새번역).

     

    따라서 고엘은 경제 구조 안에서 하나님 소유권을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였습니다.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 The Land 』 에서 고엘 제도를 '하나님의 토지 소유 선언을 기반으로 한 정의롭고 회복적인 경제 시스템'이라고 설명합니다.

     

    3-2. 보아스의 선택 : 경제적 손익보다 책임이 먼저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룻기 4장에서 다른 가까운 친족은 "그런 조건이라면 나는 집안간으로서의 책임을 질 수 없소. 잘못하다가는 내 재산만 축나겠소. 나는 그 책임을 질 수 없으니, 당신이 내가 져야 할 집안간으로서의 책임을 지시오."(룻 4:6, 새번역)며 이를 거절합니다. 그러나 보아스는 경제적으로 손해가 될 수도 있는 기업무르기를 기꺼이 감당합니다. 보아스는 고엘 제도를 자발적으로 이행하여 공동체의 회복을 선택합니다.보아스의 선택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신앙적 책임을 우선하는 하나님 나라 경제의 구현입니다.보아스의 이러한 선택을 성경학자 다니엘 블록(Daniel Block)은 『Judges and Ruth』에서 '보아스의 행위는 경제적 계산보다 하나님의 언약적 책임을 앞세운 신앙적 순종'이라고 평가합니다.

     

    오늘날의 적용으로 보면 기업이 단기 이익보다 공동체의 지속가능성(기업윤리,ESG) , 사회적 책임(책임경영,SR) , 약자 보호를 선택하는 경제 윤리와 닮아 있습니다.

     

    4. 고엘이 보여주는 하나님나라 경제의 본질

    고엘(גֹּאֵל, Goel)은 단순히 '가까운 친척'이나 '도움을 주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고엘은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서 무너진 생명을 회복시키고 잃어버린 권리를 되돌리며 약자를 대신해 책임을 짊어지는 하나님의 구원 행위가 제도적으로 구현된 제도입니다.그러므로 고엘을 들여다보는 것은 단순하게 고대 이스라엘의 한 풍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나라 경제와 세상의 경제와의 확연한 차이점을 보는 것입니다.

    세상경제의 기본구조는 경쟁구조인 반면 하나님나라 경제구조는 약자를 보호하는 구조입니다. 다시말해서 세상경제는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가진 사람이 자본시장을 선점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고엘 제도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나라 경제는 약자가 뒤로 밀려나지 않도록 공동체가 책임지는 구조입니다.따라서 룻기의 고엘제도가 보여주는 하나님나라 경제의 본질에 대해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하나님나라 경제는 구조적으로 다른 목적을 추구합니다.세상경제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생산 확대,이윤 추구인 반면 하나님나라 경제는 사람의 회복, 관계의 회복, 공동체의 회복을 추구합니다.룻기에 나오는 시어머니 나오미와 며느리 룻은 둘다 사회경제적으로 남편이 없고,자녀가 없으며, 토지도 없습니다. 생계를 이어갈 그 무엇도 없습니다.이런 이들의 손을 놓지 않는 것이 하나님나라 경제입니다. 


    둘째,약자의 생존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공동체의 의무로 남겨 놓습니다. 그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바로 고엘입니다.

     

    셋째,하나님나라 경제는 땅의 소유를 절대화 하지 않습니다.세상경제는 소유를 절대 개념으로 보아 땅도 개인 것이고, 돈도 개인것으로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결정에 의해서 땅도 돈도 자유롭게 사용합니다. 그러나 룻기에서는 고엘제도를 언급하면서 땅은 하나님의 재산이기 때문에 사람이 땅을 절대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넷째, 하나님나라 경제는 '고엘'이라는 제도를 통해 부의 집중을 견제하는 경제입니다. 부가 되물림되고,가난이 영구화되지 않도록 공동체가 개입하는 구조입니다.원래의 가문과 공동체의 질서를 회복시킵니다. 


    다섯째,하나님나라 경제는 공동체 책임의 경제입니다.고엘은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책임있게 행해야 합니다.고아,과부와 같이 약자가 속한 가문을 존속시키기 위해서 땅을 환원시키고 먹고 사는 문제를 고엘이 의무적으로 감당하도록 하는 책임경제입니다.

     

    여섯째,하나님나라 경제는 ‘관계 회복’이 중심입니다. 세상경제는 이익이나 손해, 효율을 기준으로 거래를 합니다. 그러나 고엘은 계산을 초월하여서 관계를 회복시킵니다.고엘은 생명을 살리고 가문을 일으켜 세웁니다.다시말하면 하나님나라 경제는 고엘을 통해 관계회복으로 생명회복을 이루고 더 나아가 공동체 회복을 이루는 구조입니다. 고엘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바탕으로 이스라엘 백성들 간에 무너진 관계를 다시 세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므로 룻기의 고엘을 이해하는 것이 하나님나라 경제를 이해하는 것이 됩니다.

     

    5. 하나님나라 경제와 오늘의 현실

    룻기는 고대 사회 이야기이지만 오늘날의 경제 현실을 바라보는 데 역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고령화와 빈곤 문제,더 나아가 나오미와 같은 경제적 취약 계층의 노년기 문제는 매우 현실적입니다.이방 여인이였던 룻과 같이 우리 사회에서도 이주 노동자, 여성 노동자 등 취약한 위치의 사람들이 많은 현실을 볼 수 있습니다.부과 가난이 독점되어서 부가 되물림 되고 가난이 되물림 되는 양극화 현실 역시 부정할 수 없습니다.이러한 현실 속에 위에서 서술한 하나님나라 경제 방식과 같이 회복과 순환의 경제를 지향하도록 우리에게 요청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