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노래 속에 숨겨진 여성노동의 현실(아가 1:6을 중심으로)

📑 목차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아가 1장 6절, 2장 15절,7장 12절,8장 11절~12절은 포도원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여성노동과 경제활동을 다룹니다. 그중 아가 1장 6절을 신학적 측면과 사회경제적 측면을 중심으로 풀이합니다. 아가를 연구한 학자들의 견해를 곁들여서 아가 1장 6절을 경제활동 측면에서 본 여성노동의 현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사랑노래 속에 숨겨진 여성노동의 현실(아가 1:6을 중심으로)

     

    1. 사랑의 노래 속에 숨겨진 노동의 현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구약성서 중 아가는 대체적으로 사랑과 아름다움, 남녀 간의 친밀함을 노래한 시로 읽힙니다.그러나 이러한 서정적인 표현 이면에는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구체적인 삶의 현실이 드러나 있습니다.단순한 미적 묘사를 넘어, 매우 현실적 장면인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여성이 수행하던 노동, 그 경제적 위치,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구조적 불평등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여성의 노동과 경제적 위치가 분명하게 그려져 있습니다.오늘 본문인 아가 1장 6절을 새번역에서는 이렇게 기록합니다.

     

    '내가 검다고, 내가 햇볕에 그을렸다고, 나를 깔보지 말아라. 오빠들 성화에 못 이겨서, 나의 포도원은 버려 둔 채, 오빠들의 포도원들을 돌보느라고 이렇게 된 것이다.'


    이 구절에는 여성의 외모에 대해 언급할뿐만 아니라 아니라,  높은 강도의 노동, 가족 경제 구조,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함께 증언하는 중요한 경제 텍스트입니다.

     

    2. '포도원'의 경제적 의미와 고대 이스라엘 사회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히브리어로 포도원은 כֶּרֶם(kerem, 케렘)이라 불립니다.고대 이스라엘에서 포도원은 단순한 농경지가 아니라 가계 경제의 핵심 생산수단이었습니다.가문의 장기적 자산이었기에 세대간 상속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포도원에서 수확한 포도는 싱싱한 상태에서 생포도로 섭취하거나 말린 상태의 건포도를 식량자원으로 사용하였습니다.포도주로 발효시켜서 저장하여 제사와 절기에도 사용하였습니다.건포도와 포도주는 주변 나라에 수출하는 교역 품목으로 소득의 원천이 되었습니다.그러기에 포도는 식량자원 뿐만 아니라 중요한 경제 자원이었습니다. 

     

    구약학자 롤랑 드 보(Roland de Vaux)는 『고대 이스라엘의 사회 제도(Ancient Israel: Its Life and Institutions)』에서 포도원을 '가족 경제의 핵심 생산 수단이자 세대 간 부의 축적 장치'로 설명합니다. 이 점에서 포도원 노동은 단순한 육체노동이 아니라 경제 질서에 직접 참여하는 생산 노동이었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구약성경 전반에서 포도원은 가계소득,토지상속,공동체 번영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포도원을 관리한다는 것은 단순한 육체노동이 아니라 경제 활동의 핵심 주체로 참여했다는 의미입니다.지금으로 말하면 포도나무 가지치기,병충해 관리,수확시기 조율,저장과 분배관리 등과 같은 전문적으로 지속적인 관리 노동에 종사했음을 시사합니다.이것은 고도의 경험과 책임을 요구하는 노동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의 여성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적 노동자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아가 1장 6절의 여성은 포도원지기로 경제적으로 중요한 노동에 직접 참여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고대 사회에서 여성이 철저히 가정 내에만 머물렀다는 통념을 수정하게 만듭니다.

    구약학자 롤랜드 머피(Roland E. Murphy)는 그의 저서 『The Song of Songs: A Commentary』에서 "아가의 여성 화자는 이상화된 존재가 아니라,농업 공동체 안에서 실제 노동에 참여하는 여성으로 묘사된다.그녀의 사랑은 노동의 현실 속에서 노래된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즉, 아가의 여성은 경제적 주체성을 가진 인물입니다.

     

    3. 고대 이스라엘 여성의 노동 현실과 아가의 독특성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구약성경 대부분에서 여성의 노동은 침묵 속에 놓여 있습니다.고대 문헌에서 흔히 삭제되던 여성의 경제 기여를 전면에 드러낸다는 점에서 아가는 매우 이례적입니다.여성은 자신의 몸과 노동 경험을 1인칭 화자로 말합니다.

     

    구약학자 필리스 트리블(Phyllis Trible)은 『성서 속의 억압받는 텍스트(Texts of Terror)』 이후의 연구에서 아가를 '여성의 몸과 목소리가 대상화되지 않고 스스로 말하는 드문 성서 텍스트'로 평가합니다. 아가 1장 6절은 특히 여성의 노동 흔적(햇볕에 그을린 피부)을 수치가 아닌 노동의 표식으로 드러냅니다.

     

    이것은 고대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이 얼마나 가시적이었는지를 보여주며 본문에서 여인은 '햇볕에 그을렸다'(새번역)고 말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외모 묘사가 아니라 고대 근동 문화에서 상류층 여성과 노동 여성의 외형적 차이를 반영하는데 여기서는 실외노동에 종사한 흔적을 나타냅니다. 

    고대 근동에서 '피부가 희다'라는 표현은 실내생활을 하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류층 여성을 특징적으로 묘사할 때 사용합니다.반대로 '피부가 그을렸다'라는 표현은 야외노동을 하는 하층 또는 농업노동을 포함하는 노동계층의 신체적 표지입니다.

     

    그러나 아가 1장 6절 화자인 여성은 자신의 피부를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자신의 삶에서 노동의 결과임을 당당히 고백합니다.자신의 외모가 도시 귀족 여성의 미적 기준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차이를 부끄러움이 아닌 노동의 증거로 제시합니다.여성으 노동을 은폐하기보다 공공연히 현실로 드러냅니다.다시 말하면 고대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이 단순한 가사 노동에만 국한되지 않고, 농업 생산의 현장에도 적극 참여했음을 분명히 증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노동이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가족 구조 속에서 강제된 경제 참여였다는 것을 "오빠들 성화에 못 이겨서, 나의 포도원은 버려 둔 채, 오빠들의 포도원들을 돌보느라고 이렇게 된 것이다."(새번역)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노동 주체이면서도, 노동의 조건과 방향을 결정할 권한은 가지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이것은 당시 여성들이 가부장적 가족 구조 안에서 재산 소유권 없이 가족 경제를 위해 노동에 투입되었음을 시사합니다.

     

    4. '나의 포도원은 버려 둔 채'(새번역)의 경제적·신학적 함의

    이 고백은 아가 1장 6절의 핵심입니다. 전통적으로 이는 외모 관리나 사랑의 준비 부족으로 해석되었지만, 많은 현대 성서학자들은 이를 경제 구조 속에서 상실된 자기 주권의 표현으로 읽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구약학자 엘렌 데이비스(Ellen F. Davis)는 『성서와 농경 상상력(Scripture, Culture, and Agriculture) 』 에서 포도원을 '노동과 돌봄, 그리고 정체성이 결합된 공간'으로 해석합니다. 이 관점에서 '나의 포도원'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자기 삶과 노동의 열매를 가리킵니다.

     

    여성은 오빠들의 포도원 다시 말해 가족의 포도원은 지켰지만, 자신의 포도원은 돌볼 수 없었습니다.이것은 타인을 위한 생산 노동과 자기 삶을 위한 재생산 노동 사이의 불균형을 드러냅니다. 오늘날 경제학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 '돌봄 노동의 착취 구조'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여기서 보이지 않는 노동은 임금으로 측정되지 않는 가사,육아,간병 등  필수적인 가치 창출 활동을 의미합니다. 주로 여성들이 담당하며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노동을 지칭합니다. 

     

    '나의 포도원은 버려 둔 채'라는 표현을 학자들은 이중적 의미로 해석합니다.문자적으로는 타인의 포도원을 관리하느라 자신의 몫이나 삶을 돌볼 여유가 없다고 해석하는 반면, 신학적 사회적으로는 여성의 노동이 자기 삶의 주체성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로 해석합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구약학자 트렘퍼 롱맨 3세(Tremper Longman III)는 그의 저서 『 Song of Songs 』 에서 "이 여인은 노동하는 주체이지만, 그 노동의 통제권은 가족과 사회 구조에 있다.이는 고대 이스라엘 여성 노동의 현실을 잘 드러낸다."라고 서술합니다. 다시 말해서 여성은 노동하는 존재이지만, 경제적 결정권을 갖지 못한 존재로 나타납니다. 

     

    5.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본 여성의 경제활동(여성노동)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중 아가 1장 6절은 사랑의 노래 이전에 생존의 경제를 말합니다. 신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구약신학(Theology of the Old Testament)』에서 성서는 "언제나 몸, 토지, 노동이라는 물질적 현실 위에서 신앙을 말한다"고 강조합니다.이 본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은 노동의 현실 위에서 노래되고 관계는 경제 구조와 분리되지 않으며 신앙은 추상적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조건 속에서 해석됩니다.하나님 앞에서 말해지지 않은 노동, 보호받지 못한 몸, 돌보지 못한 '자기 포도원은 없는가?'라고 아가 1장 6절은 묻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경은 여성노동을  침묵으로 일관하지 않습니다.오히려 반복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을 드러냅니다. 룻기에서는 이삭을 주우며 생계를 유지한 노동자 룻을 기록하고 잠언 31장에서는 무역과 생산을 담당한 경제 주체로 현숙한 여인을 보여줍니다.오늘 본문 아가 1장 6절에서는 농업 노동과 관리 책임을 맡은 여성을 등장시키면서 여성노동의 고통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그 노동의 존엄성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를 볼때 하나님나라의 경제는 노동의 가치를 성별로 구분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노동을 기억하며 억압된 구조를 드러내는 경제임을 보여줍니다.

     

    6. 아가 1장 6절이 우리에게 전하는 경제윤리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중 아가 1장 6절은 사랑의 시 속에 감추어진 경제활동의 사실을 보여주는데 오늘날 우리에게 '오늘의 포도원을 관리하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햇볕 아래에서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노동의 열매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는가?', '여전히 자기 포도원을 돌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라고 묻습니다.현대 사회에서도 여성의 노동은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무급 혹은 저평가되며 돌봄과 생산의 경계에서 보이지 않게 휘발됩니다. 그러나 아가 1장 6절은 우리에게 말합니다."사랑의 하나님은 노동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시며,그늘 없는 햇볕 아래서 일하는 여성의 삶도 성경의 중심에 기록하신다"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