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출애굽기 35장의 실을 자는 여성과 잠언 31장의 현숙한 아내를 경제적 관점에서 비교하고 분석해봅니다.히브리어 본문의 중심단어 의미와 권위 있는 학자들의 견해를 곁들여서 성경 속 여성의 경제적 노동 가치를 살펴봅니다.

1. 성경 속 여성의 경제활동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경에서 여성은 대체적으로 관계적 존재로서 아내나 어머니의 역할로만 이해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히브리어 성경을 주의 깊게 읽어 보면, 여성들은 반복적으로 생산의 주체, 자산의 관리인, 경제 질서의 핵심 행위자로 묘사됩니다. 출애굽기 35장 25절–26절에 묘사하는 '실을 자는 여성들'과, 잠언 31장 10절–22절에서 묘사하는 '현숙한 아내'는 서로 다른 문학 장르이면서 서로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이 공동체 경제를 실질적으로 떠받치고 있음을 증거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두 본문을 경제적 관점에서 비교하면서 성경이 말하는 여성 노동의 신학적 가치와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2. 성막 경제를 지탱한 여성의 경제활동(출 35: 25–26)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출애굽기 35장은 성막 건축이라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가장 거룩하고 공적인 프로젝트가 어떤 경제적 기반 위에 세워졌는가를 분명히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이 본문은 금과 은을 드린 헌금자들보다 앞서, 혹은 그들과 나란히 여성들의 노동을 구체적으로 언급합니다. 이는 우연적 기록이 아니라, 성막이라는 거룩한 공간이 여성들의 숙련된 생산 노동 없이는 성립될 수 없었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신학적 서술입니다.
출애굽기 35장 25절–26절은 성막 건축을 위해 헌신하는 공동체 가운데, 특별히 여성들의 섬유 생산 노동을 강조합니다. 25절은 " 재주 있는 여자들은 모두 손수 실을 자아서, 그 자은 청색 실과 자주색 실과 홍색 실과 가는 모시 실을 가져 왔다."고 기록하고, 26절은 "타고난 재주가 있는 여자들은 모두 염소 털로 실을 자았다." 라고 기록합니다. 이것은 여성의 노동을 '자발적 봉사가 아니라 성막 건축에 필수적인 생산 노동을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25절의 '재주 있는'과 26절의 '타고난 재주가 있는' 은 공통적으로 히브리어 חַכְמַת־לֵב (하크마트 레브, 마음의 지혜) 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표현은 지혜, 기술, 숙련된 능력을 뜻하는 חָכְמָה(하크마)와 사고,판단,의지의 중심을 뜻하는 לֵב(레브)가 합성된 것으로 전문 기술과 숙련 노동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이 표현이 출애굽기 31장 2절과 3절에서 브살렐에게 사용된 '지혜'와 동일한 표현이라는 점에서 본문은 여성노동을 남성 기술자와 동등한 수준의 경제적 가치로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아라, 내가, 유다 지파 사람 훌의 손자요 우리의 아들인 브살렐을 지명하여 불러서,그에게 하나님의 영을 채워 주어, 지혜와 총명과 지식과 온갖 기술을 갖추게 하겠다."(출 31:2~3,새번역)
구약학자 테렌스 프레타임(Terence E. Fretheim)은 『Exodus (Interpretation Commentary)』에서 이 표현을 두고 '성막은 성별이 아니라 기술과 책임의 분배 위에 세워진 공동체 경제의 산물'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25절과 26절에 '실을 자아서' 혹은 '실을 자았다'라는 표현은 히브리어 טָוָה (타와, 실을 자다) 입니다. '실을 자다'라는 동사 טָוָה(타와)는 고대 근동 경제에서 핵심적인 생산 활동을 의미합니다. 섬유는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라, 교환 가치가 있는 재화,부의 저장 수단,종교적 제의 재료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출애굽기의 여성들은 성막이라는 종교 공간의 경제적 토대를 직접 생산한 노동자들이었던 것입니다.
캐럴 마이어스(Carol Meyers)는 자신의 저서 『Rediscovering Eve』에서 "섬유 생산은 고대 이스라엘 여성 경제활동의 중심이며, 이는 국가 이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다"고 분석합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여성들이 자아낸 실의 종류입니다. 청색, 자색, 홍색 실과 가는 베 실은 성막에서 가장 핵심적인 구조물인 휘장과 제사장 의복에 사용되었습니다. 이것은 여성들의 노동이 성막의 외곽이나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성막의 중심부와 거룩함의 상징을 직접 형성했다는 의미입니다. 성막의 시각적·신학적 정체성은 여성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26절에서 강조되는 염소털 실은 성막 덮개로 사용되어, 성막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담당했습니다. 이는 여성 노동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성막의 지속성과 안전성을 책임지는 구조적 역할을 했음을 알려줍니다. 다시 말해 여성들의 노동은 성막 경제에서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필수 불가결한 생산 기반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출애굽기 35장의 여성들은, 성막이라는 거룩한 공간을 가능하게 한 경제 주체이자 생산자였습니다. 성경은 이들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지만, 그 노동의 성격과 가치를 명확히 기록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집단 노동을 신학의 중심에 놓고 있습니다.
3. 시장을 움직이는 현숙한 아내의 경제활동(잠 31:10–22)
잠언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31장의 여성은 가족을 위한 헌신적인 아내이면서 동시에,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행위자입니다. 히브리어 본문을 보면 이는 윤리적 이상형이 아니라 경제적 주체에 대한 찬가에 가깝습니다. 그녀의 노동은 가정 안에서 시작되지만, 시장을 통해 확장되며, 공동체 전체에 안정과 신뢰를 제공합니다. 이 여성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생산과 유통,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는 주체로 그려집니다.
현숙한 아내를 뜻하는 히브리어 אֵשֶׁת־חַיִל (에셰트 하일)은 문자적으로 아내, 여자를 뜻하는 אֵשֶׁת(에셰트)와 힘,능력, 재산, 군사력을 뜻하는 חַיִל(하일)이 결합된 형태의 단어입니다. 따라서 '현숙하다'라는 의미는 도덕적 표현보다는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역량을 갖춘 여성이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구약학자 브루스 월트키(Bruce K. Waltke)는 『The Book of Proverbs』에서 '현숙한 아내(에셰트 하일)는 가정 내 미덕의 상징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고 자산을 증식시키는 기업가적 인물'이라고 설명합니다.
더 나아가 이 여성은 잠언 31장 16절 '밭을 살 때에는 잘 살펴본 다음에 사들이고, 또 자기가 직접 번 돈으로 포도원도 사서 가꾼다.'(새번역)에서 보듯이 포도원(히브리어 כֶּרֶם 케렘,포도원)을 사들입니다. 히브리어로 סָחַר (사하르, 거래하다)에서 파생된 '자기의 거래가 이익됨을 보며'라는 표현은 는 표현은 상업적 교환과 이윤을 전제합니다. 성경은 이윤 추구 자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오히려 지혜로운 판단과 책임 있는 관리의 결과로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현숙한 아내는 밭을 평가하고 매입하며 포도원을 경영합니다. 또한 18절 '사업이 잘 되어가는 것을 알고, 밤에도 등불을 끄지 않는다.'에서 보듯 자기 일의 가치가 유익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여성입니다. 이는 단순한 근면성의 강조가 아니라, 시장 이해 능력, 투자 판단, 장기적 자산 운용을 포함한 경제 활동입니다.
클라우디아 캠프(Claudia Camp)는 『Wise, Strange and Holy』에서 잠언 31장의 여성을 '이스라엘 지혜문학이 제시하는 경제적 합리성의 이상형'이라고 평가합니다.
4. 출애굽기 성막 vs 잠언 가정과 시장의 경제활동 비교
| 구분 | 출애굽기 35:25~26 | 잠언 31:10~22 |
| 경제 영역 | 공동체,성막 경제 | 가정,시장 경제 |
| 노동 형태 | 섬유 생산 | 생산,유통,투자 |
| 핵심 가치 | 기술과 헌신 | 수익성과 지속성 |
| 노동 주체 | 집단적 여성 노동 | 개인적 여성 노동 |
| 신학적 의미 | 거룩함의 물질적 기반 | 지혜로운 삶의 경제적 구현 |
이 표를 통해 판단해 볼 때 성경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특정 영역에 제한하지 않고, 공동체적 경제와 시장 경제 모두에서 핵심 주체로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5. 신학적 측면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출애굽기 35장의 실을 잣는 여성들과 잠언 31장의 현숙한 아내를 함께 놓고 보면, 성경이 여성 노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가 분명해집니다. 출애굽기의 여성들은 거룩한 공간을 가능하게 한 생산자들이었고, 잠언의 현숙한 아내는 지혜로운 삶이 어떻게 경제로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이었습니다.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그의 저서 『Theology of the Old Testament』에서 "이스라엘의 신앙은 경제와 분리되지 않으며, 특히 여성의 노동은 그 신앙을 일상 속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출애굽기에서 여성들의 노동은 성막이라는 거룩한 공간을 가능하게 했고, 잠언에서는 여성의 노동이 가정과 시장을 안정시키는 지혜의 실천으로 드러났습니다. 하나는 공동체적이고 제의적 경제, 다른 하나는 일상적인 시장 경제이지만, 두 경우 모두 여성은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질서를 만들어내는 핵심 행위자입니다.
이는 중요한 신학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하나님은 전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역사를 남성 중심의 제의나 권력 구조를 통해서만 이루지 않으시고, 여성의 손을 통한 생산과 관리, 판단과 책임을 통해서도 이루어 가십니다. 성경의 경제 질서 안에서 여성 노동은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중요한 핵심부를 차지합니다.
아직까지도 여성의 노동은 여전히 '돕는 역할', '부수적 활동', '당연한 헌신'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출애굽기와 잠언은 분명하게 거룩함은 여성의 노동 위에 세워지고, 여성의 지혜는 경제 속에서 증명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여성들의 뛰어난 섬세함과 부지런함 및 경제적 감각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능숙하게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여성 노동을 주변화하는 것은 단순한 사회 문제가 아니라, 성경이 증언하는 하나님 나라 역사 방식 자체를 축소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여성의 노동으로 기반으로 하는 경제활동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이 땅에서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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