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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라헬(창 29:9~10을 중심으로)

📑 목차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창세기 29장 9절~10절에서 라헬은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로 등장합니다. 창세기 29:9의 '라헬'의 상황을 히브리어 원문(rōʿāh, 로아)과 고대 근동 유목경제 및 고대근동의 목축을 통해 살펴봅니다. 노동하는 여성의 주체성, 우물 장면의 사회경제적 의미, 신학적 함의를 알아봅니다.신학자들의 견해를 통해 성경 속 여성노동과 경제 구조를 살펴봅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라헬(창 29:9~10을 중심으로)

    1. 히브리어 본문 분석 : 라헬은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창세기 29장 9절~10절은 야곱과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라헬의 만남을 소개하는 장면입니다.독자들은 야곱과 라헬의 첫만남을 그리는 로맨틱한 장면으로 읽을 수도 있겠으나,사회경제적 장치가 있음을 기억하여  읽으면 이 구절은 여성의 노동과 생계수단으로서의 목축, 그리고 공동체 내 분업과 권력관계를 드러내는 본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야곱이 목자들과 말하고 있는 사이에 라헬이 아버지의 양 떼를 끌고 왔다.라헬은 양 떼를 치는 목동이다.(창 29:9, 새번역)" 이 짧은 구절은 단순한 연애 서사의 도입부로 읽히기 쉽습니다.

     

    그러나 히브리어 본문과 고대 근동 사회의 경제 구조를 함께 살펴보면, 이 말씀은 일하는 여성,가계경제를 책임지는 딸, 노동 현장 속 여성의 존재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중요한 본문입니다.창세기 29장 9절 본문에서 '목동'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רֹעָה (ro‘ah, 로아)로, '여성형 목자', '양을 치는 여자'를 뜻하는 여성형 분사이다.라헬은 목자의 딸이 아니라 목자 그 자체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라헬은 단순히 양 떼를 따라온  사람이 아니라, 직접 양을 치는 목축하는 여성노동자였음을 문법적으로 명확히 드러내어 라헬을 '목자의 딸'이 아니라 '목자' 그 자체로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약학자 게르하르트 폰 라트(Gerhard von Rad)는 『Genesis: A Commentary』과 『Old Testament  Theology』에서 성경 인물은 신화적 이상화가 아니라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맥락 속 개별 인물로 읽어야 하기 때문에 '라헬은 이상화된 여주인공이 아니라 유목경제  현실 속에서 노동을 담당하는 실존적 인물'이라고 주장합니다. 

    2. 고대 이스라엘 유목경제와 여성노동

    고대 이스라엘의 유목경제에서 양 떼는 생활에 필요한 요소들을 얻는 핵심 생산수단이었습니다.양을 통해서 양털과 양고기와 우유를 얻어서 생활용품과 식량자원으로 활용했습니다.그렇기 때문에 양 떼를 관리하는 것은 가문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목축노동은 단순노동이 아닌 책임있는 노동이었습니다.당시 목축노동에서 여성도 예외없이 참여 해야만 했습니다.출애굽기 2장 16장에 미디안의 제사장이었던 르우엘의 딸들이 양 떼에게 물을 먹이려고 한 것을 보면 그 당시 여성들도 예외없이  목축노동에 종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출애굽기 2장에 등장하는 르우엘의 딸들과 오늘 본문에 언급한 라헬 모두 공통적으로 우물가와 목축노동 현장에 등장합니다.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Genesis (Atlanta: John Knox Press, 1982)에서 창세기 29장(라헬 관련 본문)을 다루는 부분에서 라헬과 레아가 감당했던 목축과 노동을 경제적 맥락으로 '라헬은 사랑의 대상이기 전에 가문의 경제를 떠받치는 노동주체 이다.'라고 해석합니다.  

    3. 고대 근동의 목축과 우물 문화와 여성노동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주요 가축은 양과 염소였습니다.이 가축들은 털,우유,고기를 공급하는 경제활동에 있어서 훌륭한 터전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양과 염소을 치는 목축은 다층적인 경제를 담당하는 기능을 수행하였고 가문 단위의 부와 생계를 지탱해 주었습니다. 목축노동은 단순히 ‘돌봄’이 아니라 생산수단의 관리(번식·도축·이동·젖관리 등)에 포함되었던 것입니다.고대 근동 문헌과 고고학 자료에는 여성들이 목축이나 가축관리,유제품 처리를 하는 노동에 참여했음을 알리는 기록들이 남아 있습니다.여성들이 단순히 가정 내부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목축과 가축 관리 및 유제품 생산이라는 핵심 경제 활동에 실질적으로 참여했음을 일관되게 증언합니다. 이 자료들은 여성의 역할이 가정경제의 보조적 기능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생계 유지의 핵심 축으로 작동했음을 보여 줍니다.

     

    우선 문헌 자료를 보면, 메소포타미아의 행정 문서와 법전에서 여성의 경제 활동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기원전 18세기경의 마리(Mari) 문서와 누지(Nuzi) 문서에는 여성들이 가축 떼를 관리하거나, 양·염소의 번식과 분배, 유제품 생산에 관여한 기록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마리 왕궁 문서에는 여성 관리자가 목축 노동자들을 감독하고, 가축의 이동과 사료 분배를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보고가 남아 있습니다. 이는 여성의 목축 참여가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제도화된 경제 활동이었음을 시사합니다.또한 함무라비 법전(Code of Hammurabi) 에서도 여성은 단순히 보호 대상이 아니라, 재산과 생산 활동의 주체로 전제된다. 여성은 가축과 노예를 소유·관리할 수 있었고, 그 재산은 상속과 계약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법적 전제는 여성이 가축 관리와 생산 활동에서 실질적 책임을 맡고 있었음을 반영합니다.

     

    고고학 자료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고대 근동과 레반트 지역의 발굴 현장에서는 가정 단위 유제품 생산의 흔적이 다수 확인되었다. 예컨대 이스라엘 북부와 요르단 지역의 철기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버터 교반기, 치즈 여과용 토기, 저장용 항아리 등은 유제품 가공이 가정 경제의 핵심 활동이었음을 보여 줍니다.고고학자들은 이러한 유물들이 주거 공간 내부나 인접한 마당에서 발견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해당 노동이 주로 여성의 몫이었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합니다.특히 인류학적 비교 연구는 성경 시대의 상황을 더 분명히 이해하게 합니다. 현대까지 이어지는 중동과 베두인 사회에서 유제품 가공(젖 짜기, 버터·치즈 제조)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이며, 이는 고대 사회에서도 유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이러한 비교는 성경 본문이 묘사하는 여성 노동을 비현실적이거나 상징적인 장치로 볼 수 없게 만듭니다.

     

    이러한 문헌·고고학적 증거들을 종합하면, 여성의 목축 참여는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생산과 분배,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경제 활동이었다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따라서 창세기 29장 9절에서 라헬을 가리켜 사용된 ‘목자’(רֹעָה, rōʿāh, 로아) 라는 표현은 장식적 서술이나 우연한 설정이 아닙니다. 이는 라헬이 가문의 재산인 양 떼를 관리하고, 생계 유지에 직접 기여하는 경제적 실무 담당자이자 책임 주체였음을 분명히 선언하는 서술입니다.결국 라헬은 낭만적 서사의 배경에 배치된 인물이 아니라, 고대 근동 경제 현실 속에서 노동과 책임을 감당하던 실존적 여성으로 등장합니다.성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여성의 노동을 주변부가 아닌 가문 역사의 실제 토대위로 위치시킵니다.

     

    이를 볼 때 여성의 역할은 가정경제의 보조적 요소를 넘어서 실질적으로 생계 유지를 위한 상당한 부분을 감당하였습니다.따라서 목축하는 여성노동자  라헬을 '목자'로 표기한 것은 그녀가 경제적 실무를 담당하는 주체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창세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우물(아브라함의 종과 리브가의 만남, 모세와 르우엘 딸들의 만남)'은 단순한 로맨틱 장소 혹은 만남의 장소가 아니었습니다.우물은 정보가 교환되는 곳이었고, 물건을 교환하거나 혼인에 관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협상 혹은 가문 간 결속으로 동맹 형성 등과 같은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적 공간이었습니다.특히 여성들이 우물가에서 물을 길러 오는 행위는 공동체 내 필수노동으로 그 자체가 '사회적 행위'이자 '경제적 기여'였습니다.또한 생존 자원이 관리되는 경제적 중심지 였습니다.오늘 본문인 창세기 29장 9절~10절에 나오는 야곱과 라헬의 첫만남은 사적인 연애 장면으로 보기 보다는 노동 현장에서의 조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볼 때 성서는 사랑을 현실 경제와 분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 보이지 않는 여성 노동의 대비 :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라헬과 레아

    창세기 29장부터 30장에 이르는 야곱의 가정 서사는 단순한 가족사나 결혼 이야기로 읽히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본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서는 두 자매 라헬과 레아를 통해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수행되던 서로 다른 유형의 여성 노동을 분명하게 대비하여 제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대비는 단지 성격이나 외모의 차이가 아니라, 노동의 형태, 가시성, 그리고 사회적 평가의 차이를 드러내는 중요한 신학적 장치로 작동합니다.

    먼저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라헬은 본문에서 가시적인 노동을 수행하는 여성으로 등장합니다. 창세기 29장 9절은 라헬을 분명히 '목자(רֹעָה, rōʿāh)'로 소개하며, 그녀가 들판에서 양 떼를 돌보는 노동의 주체였음을 명시합니다. 이 노동은 공동체의 눈에 쉽게 드러나는 활동이며, 우물가와 들판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라헬의 노동은 경제적 기여가 즉각적으로 인식되는 노동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양 떼는 가문의 재산이자 생계의 핵심이었기에, 라헬의 역할은 가문의 경제적 존속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반면 레아의 노동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묘사됩니다. 레아는 들판이 아니라 가정 내부에서, 그리고 장기적 시간 속에서 자신의 노동을 수행합니다. 그녀의 주요 역할은 출산과 양육이며, 이는 고대 사회에서 가문의 지속성과 상속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 노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노동은 가시성이 낮고, 일상적이며, 반복적인 특성으로 인해 쉽게 평가절하되기 쉬운 영역이었습니다. 성서는 레아가 낳은 아들들의 이름과 그에 담긴 그녀의 감정을 자세히 기록함으로써, 이 노동이 단순한 생물학적 사건이 아니라 깊은 정서적·사회적 의미를 지닌 노동임을 보여 줍니다.

     

    이처럼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라헬과 레아의 노동은 각각 외부의 생산 노동과 내부의 재생산 노동이라는 두 축을 형성합니다. 라헬의 목축 노동은 가문의 현재 경제를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레아의 출산과 양육 노동은 가문의 미래를 가능하게 합니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이 두 영역은 모두 필수적이었으나, 사회적 인식과 평가에서는 종종 불균형이 발생하였습니다. 성서는 이 불균형을 은폐하지 않고 오히려 서사 속에 그대로 드러내어, 독자로 하여금 질문하게 만듭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하나님의 언약사가 레아의 보이지 않는 노동 위에서 결정적으로 전개된다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 열두 지파 중 대부분이 레아의 아들들을 통해 형성되었으며, 유다 지파를 통해 다윗 왕조와 메시아 계보가 이어집니다. 이는 성서가 겉으로 보기에 덜 주목받는 노동, 즉 가정 내부에서 수행된 여성의 생명 노동을 구속사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성서는 레아의 노동을 침묵 속에 방치하지 않고 역사의 중심 무대 위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한편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라헬 역시 단지 사랑받는 여인이나 낭만적 인물로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녀의 목축 노동과 이후 출산을 향한 고통과 기다림은, 여성의 삶이 단일한 역할로 환원될 수 없음을 보여 줍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라헬과 레아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가문의 경제와 생존을 떠받쳤으며, 그 노동은 서로 대체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서는 이 두 여성의 대비를 통해, 노동의 가치가 가시성이나 사회적 인정에 의해 결정되지 않음을 암묵적으로 선언합니다.

    결국 라헬과 레아의 이야기는 고대 사회에 국한된 서사가 아닙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보이는 노동과 보이지 않는 노동의 긴장을 성서적으로 조명하는 본문입니다. 성서는 이 두 노동을 모두 기록하고, 이름 붙이며, 하나님의 역사 속에 포함시킴으로써, 여성의 노동을 주변부가 아닌 구속사적 핵심 요소로 다루고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5. 신학적 경제적 함의 :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라헬의 삶, 하나님 섭리의 시작점

    야곱이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라헬을 처음 만나는 장소는 제단이나 장막이 아니라, 우물가와 목축 노동의 자리입니다. 이것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섭리가 일상의 경제 활동과 분리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이 본문을 두고, "하나님의 언약사는 일상적 생계 노동의 질서 속에서 전개된다"고 말합니다. 라헬의 노동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형성하게 될  어머니로서 구속사의 시작점에 놓여 있습니다.

     

    성경은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라헬의 노동을 미화하지도 숨기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 설명 없이 '그녀는 목자였다'고 담담히 기록함으로써 여성 노동의 당연성과 필연성을 드러냅니다.이는 현대 사회에서 종종 평가절하되는 여성 노동, 특히 가족경제를 지탱하는 비가시적 노동을 성경이 이미 정직하게 증언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구약성서학자 필리스 트리블(Phyllis Trible)은 창세기의 여성 인물들을 분석하며, "성경은 여성의 노동과 몸을 구속사에서 삭제하지 않는다"고 평가합니다.라헬은 사랑받는 여성이기 이전에, 경제 주체로서 등장합니다.

     

    라헬이 몰고 온 양들은 라반 가문의 자산이었습니다.즉, 라헬의 노동은 개인적 취미나 임시적 활동이 아니라, 가문 자산의 유지·증식에 직접 기여하는 노동이었습니다.이는 고대 사회에서 여성 노동이 소비 영역에 머물렀다는 통념을 깨뜨립니다.현대 경제 관점에서 보더라도, 라헬의 역할은 생산 노동자,자산 관리 참여자,가족 기업의 핵심 인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이를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기록합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라헬은 야곱의 사랑의 대상이기 이전에, 자기 몫의 노동을 감당하던 한 사람이었습니다. 라헬은 사랑받기 전에 일하고 있었고,결혼하기 전에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창세기 29장 9절은 단순한 연애 서사의 배경이 아니다. 이 말씀은 고대 이스라엘 경제 구조 속에서 여성 노동의 실체를 드러내는 신학적 선언이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목축하는 여성 노동자 라헬은 “아름다운 여인” 이전에 양 떼를 책임진 목자였고,하나님의 역사를 현실에서 떠받친 노동자였다.

     

    창세기 29장 9절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오늘날 누군가의 노동을 사랑 이야기의 배경으로만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보이지 않는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