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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아브라함의 경제활동과 사라의 장지구입(창 23장 중심으로)

📑 목차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창세기 23장을 통해 아브라함의 경제활동과 고대 근동 부동산 거래를 분석합니다.신앙과 경제가 어떻게 현실 가운데 시장경제와  토지소유 속에서 결합하는지를 살펴봅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아브라함의 경제활동과 사라의 장지구입(창 23장 중심으로)

     

    구약성경 창세기 23장은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아브라함의 경제활동과 사라의 장지구입(창 23장 중심으로) 사라의 죽음과 장례를 다루는 본문입니다. 그러나 본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고대 근동 사회에서 이루어진 매우 정교한 경제적이면서 법적인 거래의 기록입니다. 아브라함이 살던 그 시대의 토지경제와 화폐 사용 및 거류민의 법적지위를 비롯한 시장 거래 관행을 집약적으로 보여 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하나님으로부터 땅과 관련한 약속의 말씀을 받은 신앙인이 그 약속을 '경제적 행동'으로 구현하는 장면이 바로 창세기 23장 입니다. 

    1. 아브라함이 살던 시대의 경제 구조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아브라함은 기원전 2천 년기 중반 고대 근동의 전형적인 유목 목축 경제구조 속에서 살아갔습니다. 당시 가나안 지역의 경제는 크게 두 계층으로 나뉘었습니다. 바로 정착 농경민과 유목 목축민입니다. 정착 농경민은 성읍을 중심으로 살았고,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토지를 소유했습니다. 그러나 유목 목축민은 가축을 따라 이동하며 살았기 때문에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외부인으로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아브라함은 스스로 자신의 신분을 창세기 23장 4절에 " 나는 여러분 가운데서 나그네로, 떠돌이로 살고 있습니다."(새번역)라고 밝히고 있습니

    여기서 '나그네'를 히브리어로는 גֵּר (gēr, 게르) 입니다. '게르'는 이방인, 법적 보호가 제한된 거류민을 의미합니다. 또한 '떠돌이'를 히브리어로는 תּוֹשָׁב (tôšāb, 토샤브) 입니다. '토샤브' 임시 체류자, 토지 소유권 없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아브라함은 경제적으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약자 계층이었던 것입니다. 

    2.  무상토지 제공을 거절한 아브라함의 경제관념

    아브라함은 자신의 아내 사라는 가나안 땅 기럇아르바 곧 헤브론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유목 목축민으로 살아왔던 아브라함은 사라를 장사할 땅이 없었기에 사라의 무덤으로 쓸 땅을 사러 헷 족속 사람에게로 갑니다. 헷 족속 사람은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창세기 23장 6절에서 아브라함에게 매우 호의적으로 말합니다. "어른께서는 우리가 하는 말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어른은,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세우신 지도자이십니다. 우리의 묘지에서 가장 좋은 곳을 골라서 고인을 모시기 바랍니다. 어른께서 고인의 묘지로 쓰시겠다고 하면, 우리 가운데서 그것이 자기의 묘 자리라고 해서 거절할 사람은 없습니다." (새번역) 호의적인 헷 족속 사람의 제안을 아브라함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브라함은 경제적이고 법적인 판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 무상 토지 제공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았습니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 무상으로 토지를 사용한다는 의미는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을 의미했습니다. 또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종속 관계를 의미했습니다. 더 나아가서 후대에 분쟁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존 월튼(John H. Walton)은 자신의 저서 『Ancient Near Eastern Thought and the Old Testament』 에서 "고대 근동에서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후원 혹은 종속 관계를 의미했다."라고 말합니다. 아브라함은 고대 근동 사회에서 무상으로 토지 제공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의존적인 호의 경제를 뒤로하고 독립적인 소유권을 갖기 위해 시장 거래를  선택합니다.

    3. 공개적인 부동산 계약을 통해 보는 아브라함의 경제활동

    아브라함은 헷 사람 에브론에게서 막벨라 굴을 사고자 하였습니다. 그런데 에브론은 성문 위에 있는 마을회관에 앉아 있는 모든 헷 사람이 듣는데서 아브라함에게 밭과 굴을 무상으로 주겠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에브론의 이러한 제안을 거절하는 장면을 창세기 23장 8절에서 13절 까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 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이, 내가 나의 아내를 이 곳에다 묻을 수 있게 해주시려면, 나의 청을 들어 주시고, 나를 대신해서, 소할의 아들 에브론에게 말을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가 자기의 밭머리에 가지고 있는 막벨라 굴을 나에게 팔도록 주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값은 넉넉하게 쳐서 드릴 터이니, 내가 그 굴을 사서, 여러분 앞에서 그것을 우리 묘지로 삼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람 에브론이 마침  사람들 틈에 앉아 있다가, 이 말을 듣고, 성문 위에 마을 회관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듣는 데서 아브라함에게 대답하였다.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그 밭을 드리겠습니다. 거기에 있는 굴도 드리겠습니다. 나의 백성이 보는 앞에서, 제가 그것을 드리겠습니다. 거기에다가 돌아가신 부인을 안장하시기 바랍니다. 아브라함이 다시 한 번 그 땅 사람들에게 큰 절을 하고, 그들이 듣는 데서 에브론에게 말하였다. "좋게 여기신다면, 나의 말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그 밭값을 드리겠습니다. 저에게서 그 값을 받으셔야만, 내가 나의 아내를 거기에 묻을 수 있습니다."(새번역)

     

    에브론과 아브라함의 토지 거래는 성문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문은 고대 도시에서 경제와 법 및  정치에 있어서 중심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토지거래가 성문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말은 토지거래시 증인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법적인 효력이 보장된다는 의미입니다. 더 나아가 후대에 토지거래로 인한 분쟁을 차단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신학자 고든 웬햄(Gordon J. Wenham)은 자신의 저서 『Genesis 16–50』 에서 "창세기 23장은 고대 근동의 합법적 토지 매매 절차를 거의 문서 수준으로 보존한 본문이다."라고 밝힙니다. 

     

    성문 위 마을 회관에 앉아 있는 모든 헷 사람이 듣는 데서 에브론은 아브라함에게 값없이 밭과 굴을 주려고 제안하였지만 아브라함은 그 값을 받을 것을 또 다시 제안하면서 결국 에브론은 그 땅 값을 '은 사백 세겔'이라고 밝힙니다. 아브라함은 에브론의 말을 따라서 그 땅 값을 헷 사람들이 듣는 데서 에브론에게 밭 값을 건네 줍니다. 이때 아브라함은 밭 값으로 상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무게로 은 사백 세겔을 달아서 에브론에게 주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이 창세기 23장 15절과 16절에 "저의 말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땅값을 친다면 은 사백 세겔은 됩니다. 그러나 어른과 저 사이에 무슨 거래를 하겠습니까? 거기에다가 그냥 돌아가신 부인을 안장하시기 바랍니다. 아브라함은 에브론의 말을 따라서 헷 사람들이 듣는 데서 에브론이 밝힌 밭값으로, 상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무게로 '은 사백 세겔'을 달아서 에브론에게 주었다."라고 기록합니다.  

    아브라함이 에브론에게 밭 값으로 건네준 상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무게로 은 사백 세겔은 상당한 고가였습니다. '은'은 히브리어로 כֶּסֶף (keseph, 케세프) 입니다.  은, 화폐 기능을 하는 귀금속을 의미합니다. '세겔'은 히브리어로 שֶׁקֶל (šeqel, 셰켈)인데 이것은 무게 단위입니다. 아브라함은 상당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흥정하지 않고 즉시 에브론에게 밭 값을 지불합니다. 이러한 아브라함의 행동은 단기 손해를 감수하고 장기적인 안정성 확보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지역사회 내 신뢰를 위하고 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법적인 분쟁이나 정치적 분쟁의 가능성을  완전제거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4. 아브라함의 현실경제에 대한 감각과 미래를 위한 투자

    아브라함이 에브론에게 밭 값을 줄 때 매우 중요한 표현이 덧붙여 집니다. 덧붙여진 표현은 창세기 23장 16절에 '상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무게로 은 사백 세겔을 달아서'라고 기록합니다. 히브리어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עֹבֵר לַסֹּחֵר (ʿōvēr la-sōḥēr) 영어식로 읽으면  '오베르 라-소헤르'로 읽습니다. 한글식으로 읽으면 '오베르 라소헤르'로 읽습니다. 상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은'은 순도가 검증된 은을 의미합니다. 또한 '은'은 시장에서 상업 거래용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표준 화폐를 의미합니다. 

     

    아브라함은 공식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사적인 은이나 불확실한 자산으로 거래를 한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시장 화폐를 사용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아브라함의 행동을 보면 아브라함은 단순한 유목민이 아니라 고대 경제 시스템을 이해한 경제 주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브론에게서 산 밭과 굴은 아브라함이 가나안 와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소유한 땅입니다. 아브라함이 유일하게 소유한 땅에 오늘 본문 창세기 23장에서는 사라가 장사되지만, 창세기 25장에는 아브라함이 장사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에브론에게서 산 이 땅이 살기 위한 거주지가 아니라 죽음을 위한 장소라는 사실입니다. 창세기 아브라함은 현재적 시점에서 보면 아무런 수익은 없지만 미래에 대한 확실한 소유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값을 치렀습니다. 또한 후손을 위한 자산으로써 고정시킬 수 있는 땅이였기에 값을 치렀습니다. 신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그의 저서 『The Land』 에서 아브라함의 이러한 행위를 두고  "아브라함은 약속을 소비하지 않고, 토지라는 경제 행위로 고정시켰다."라고 해석합니다. 이 말을 신앙과 경제활동을 연결해서 말하면 믿음은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제행위로 표현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5.  아브라함의 경제활동을 신앙차원에서 바라봄

    창세기 23장은 단순한 사라의 장례 이야기가 아닙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창세기 23장은 하나님으로부터 땅과 관련해서 받은 약속을 약속의 땅에서 처음 이루어진 신앙인의 경제 계약서입니다. 아브라함은 '은' 사백 세겔을 지불하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행동으로 믿음을 증명했습니다. 신앙인은 경제를 회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경제적 책임을 집니다. 아브라함은 에브론의 값없는 호의에 기대지 않았습니다. 법과 시장경제 안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의 경제활동은 곧 신앙의 방식에 바탕을 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