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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창세기에서 본 야곱의 경제활동

📑 목차

    창세기에서 야곱의 삶을 통해 고대 경제활동을 들여다 봅니다. 집을 나간 후 외삼촌의 집에서 살아가는 동안 노동과 계약 및 번식과 자산축적의 과정 가운데 신앙과 경제가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를 살펴보고 신학적 의미도 알아봅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창세기에서 본 야곱의 경제활동

    1.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무(無)자본 상태로 출발한 야곱의 경제활동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창세기의 야곱은 기독교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의 조상', '발목을 잡는자', '도망자' 라는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야곱은 성경 전체에서 정교한 경제 행위자 중 한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야곱의 삶은 우연한 축복이 아니었습니다. 야곱의 삶은 노동과 계약 및 위험관리와 번식 전략, 자산축적이라는 경제 활동으로 결합되어 있었습니다.  

     

    야곱이 이룬 경제적 업적 속에는 고대 근동 유목 경제의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신앙 안에서 작동하는 경제 원리를 보여줍니다. 

     

    아브라함이나 이삭과는 다르게 야곱은 상속 자본 없이 경제 활동을 시작합니다. 창세기 28장 10절에 " 야곱 브엘세바를 떠나서, 하란으로 가다가,"(새번역)라고 기록합니다. 야곱은 자신의 집이 있는 브엘세바를 떠나 외삼촌이 있는 하란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란으로 떠나는 야곱은 토지나 가축, 종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야곱의 이러한 이동을 경제적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무자본 창업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약학자 존 골딩게이(John Goldingay)는 그의 저서 『Old Testament Theology』 에서 이러한 상황에 있는 야곱을 "야곱은 족장 가운데 유일하게 노동을 통해 부를 형성한 인물이다."라고 평가합니다. 다시 말해서 야곱의 경제 출발점은 바로 상속 경제가 아니라 노동 경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야곱의 노동 계약 (라반과의 고용 관계)

    외삼촌 집에서 살게 된 야곱은 라반과 명확한 노동 계약을 체결합니다. 창세기 29장 18절에 "야곱 라헬을 더 사랑하였다. 그래서 그는 제가 칠 년 동안 외삼촌 일을 해 드릴 터이니, 그 때에 가서, 외삼촌의 작은 딸 라헬과 결혼하게 해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새번역) 여기서 '일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עָבַד (ʿābad, 아바드) 입니다. '일하다, 섬기다, 노동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עָבַד (ʿābad, 아바드)는 단순한 감정적인 헌신이 아닙니다. 경제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야곱은 노동 기간 칠 년을 제시합니다. 칠 년을 노동하고 나면 그 노동에 따른 보상으로 작은 딸 라헬과 결혼시켜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야곱의 의사표시를 라반이 수락을 할 때 야곱과 라반이 상호 책임이 있는 계약를 맺게 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야곱과 라반의 대화를 볼 때 고대 사회에서도 이미 계약으로 인한  노동 경제가 작동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삼촌 라반은 야곱이 제시한 계약을 이행할 것처럼 야곱의 의사표시를 받아들였지만  야곱과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창세기 31장 7절에  " 그러나 장인 어른께서는 나에게 주실 품삯을 열 번이나 바꿔치시면서, 지금까지 나를 속이셨소. 그런데 하나님은, 장인 어른이 나를 해치지는 못하게 하셨소."(새번역) 라고 기록합니다. 여기서 '품삯'은 히브리 원어로 שָׂכָר (śākār, 사카르)인데  임금 ,대가, 보수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야곱이 이행한 노동은 단순한 가족으로서의 봉사가 아니라, 명확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노동이었음을 알려 줍니다. 더 나아가 야곱은 임금 불안정, 고용주 우위 구조라는 경제적 위험 속에 놓여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그의 저서 『Genesis』 에서 "야곱의 경제역사는 착취 구조 속에서도 살아남는 노동자의 이야기이다." 라고 해석합니다.

    3.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야곱의 번식경제와 생산성 전략 (창 30장)

    야곱이 추구했던  경제활동의 핵심 전략은 튼튼한 양들이 야곱에게로 오게 하는 가축 번식에 있었습니다. 창세기 30장 40절~43절에 야곱의  핵심 전략인 튼튼한 양들의 가축 번식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야곱은 이런 새끼 양들을 따로 떼어 놓았다. 라반의 가축 떼 가운데서, 줄무늬가 있거나 검은 양들은 다 가려냈다. 야곱은 이렇게 자기 가축 떼를 따로 가려내서, 라반의 가축 떼와 섞이지 않게 하였다. 야곱은, 튼튼한 암컷들이 교미할 때에는, 물 먹이는 구유에 껍질 벗긴 가지들을 놓아서, 그 가지 앞에서 교미하도록 하곤 하였다. 그러나 약한 것들이 교미할 때에는, 그 가지들을 거기에 놓지 않았다. 그래서 약한 것들은 라반에게로 가게 하고, 튼튼한 것들은 야곱에게로 오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야곱은 아주 큰 부자가 되었다. 야곱은 가축 떼뿐만 아니라, 남종과 여종, 낙타와 나귀도 많이 가지게 되었다."(새번역) 

     

    위의 말씀에서 여기서 '아주 큰 부자가 되었다'라는 히브리원어는 פָּרַץ (pārats, 파라츠)로 '터지다, 급격히 증가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야곱이 큰 부자가 된 것은 순차적인 발전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급격하게 현저히 증가하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나아가서 야곱은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요청하기 보다는 미래 생산물의 일부를 요구합니다. 창세기 30장 32절에는 야곱이 라반에게 야곱이 제시하는 조건을 가진 새끼 양과 염소들을 줄 것을 요청하는 요청의 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장인 어른의 가축 떼 사이로 두루 다니면서, 모든 양 떼에서 얼룩진 것들과 점이 있는 것과 모든 검은 새끼 양을 가려내고, 염소 떼에서도 점이 있는 것들과 얼룩진 것들을 가려낼 터이니, 그것들을 저에게 삯으로 주십시오."(새번역) 야곱이 제시하는 조건의 새끼 양은 얼룩진 것들, 점이 있는 것, 검은 새끼 양이었습니다. 또한 염소들도 점이 있는 것과 얼룩진 것들을 야곱 자신에게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러한 야곱의 요청은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보면 경제활동의 결과로 성과를 냈을 때 성과를 기반으로 하는 보상에 해당됩니다.  또한 스톡옵션 이나  지분 계약과 유사한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존 월튼(John H. Walton)은 야곱의 이러한 요청을 그의 저서 『Ancient Near Eastern Thought and the Old Testament』 에서 "야곱은 고대 근동의 가축 번식 지식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하면 야곱의 부는 고대 근동 그 당시의 지식과 관찰을 활용한 경제 행위의 결과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야곱은 훗날 삼촌 라반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형 에서를 만나러 갈 때 자신의 가족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몇 떼로 나누어 이동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창세기 32장 13절~16절에는 야곱이 가족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나누어 이동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날 밤에 야곱은 거기에서 묵었다. 야곱은 자기가 가진 것 가운데서, 자기의 형 에서에게 줄 선물을 따로 골라 냈다. 암염소 이백 마리와 숫염소 스무 마리, 암양 이백 마리와 숫양 스무 마리, 젖을 빨리는 낙타 서른 마리와 거기에 딸린 새끼들, 암소 마흔 마리와 황소 열 마리, 암나귀 스무 마리와 새끼 나귀 열 마리였다. 야곱은 이것들을 몇 떼로 나누고, 자기의 종들에게 맡겨서, 자기보다 앞서서 가게 하고, 떼와 떼 사이에 거리를 두게 하라고 일렀다."(새번역)

     

    야곱이 행동으로 보여준 주도면밀한 경제활동을 정리해 보면 현재보다는 장래에 자신의 자산이 늘어날 수 있도록 노동 계약을 변경하였습니다. 또한 가축을 종류대로 나누어서 관리하였습니다. 가족과 재산이 이동할 때는 몇 떼로 나누어 분산시키는 방법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 하였습니다. 이러한 야곱의 전략은  현대 경제학에서 말하는 포트폴리오 분산 혹은 리스크 헤지에 해당합니다. 

    4.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야곱 경제의 신학적 의미

    야곱은 자신의 성공을 하나님의 개입과 자신이 행한 노동의 결합으로 이해합니다. 다시 말해서 야곱 자신의 부는 단순하게 자신의 노동만으로 이룬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창세기 31장 9절에 하나님의 개입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장인 어른의 가축 떼를 빼앗아서, 나에게 주셨소."(새번역) 야곱이 경제적 측면에서 이룬  부를 신학적 의미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동으로 부를 부어주시지 않고, 사람의 노동과 사람이 사용하는 지혜 가운데 개입하여서 부를 부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구조적인 착취상황 가운데서도 결국 정의를 발현하여서 수고한 노동의 대가를 얻게하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야곱이 경제적 측면에서 이룬 부에 대해 신학자 크리스토퍼 J. H.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는 그의 저서 『Old Testament Ethics for the People of God』 에서 "야곱의 경제사는 하나님의 정의가 노동의 현장에서 구현되는 방식이다."라고 해석합니다. 

     

    야곱은 혈혈단신으로 고향을 떠나 무자본으로 출발한 노동자였습니다. 구조적으로 착취를 당하는 상황 중에도 계약과 협상을 거치고 생산성과 위험 관리를 통해 거대한 공동체와 부를 이끄는 경제 주체로 성장한 사람입니다. 야곱은 자신 홀로 부를 이룬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개입이 있었을 고백하는 경제적으로 성숙한 신앙인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조상', '발목을 잡는자', '도망자' 로 알려진 야곱은 노동 속에서 하나님을 경험한 '경제인'이었습니다. 야곱은 삶으로 말합니다. 신앙은 경제를 배제하지 않으며 경제는 신앙과 분리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