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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예레미야의 희망을 실행한 경제행위(렘 32장)

📑 목차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예레미야의 희망을 실행한 경제행위 예레미야 32장은 예레미야의 부동산 매매와 관련한 구체적인 부동산 거래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예레미야의 부동산 매매는 상징적인 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발현된 경제 행위였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붕괴의 시대에 토지를 매입한 예레미야의 희망을 실행한 경제행위를 예레미야의 경제관념과 현실인식 및 신앙적 차원에서 살펴봅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예레미야의 희망을 실행한 경제행위 (렘 32장)

    1. 최악의 경제환경에서 행한 예레미야의 희망을 실행한 경제행위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예레미야의 희망을 실행한 경제행위 예레미야 32장의 시대적 배경은 BC 587년경 바벨론 군대가 예루살렘을 포위한 때 입니다. 이때 바벨론 군대가 아나돗 지역을 점령한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지 소유권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으로 현대 경제 용어로 말하면 유동성 제로인 상태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고자 하는 사람이나 팔고자 하는 사람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어서 거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말입니다. 더 나아가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포로로 끌려갈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는 시점에서 정상적인 토지 매매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예레미야는 토지를 구입하려고 마음먹고 실천에 옮깁니다. 예레미야의 토지 구입을 지금의 경제적 시각에서 풀이하면 전쟁이 일어난 국가에서 곧 몰수될 것이 확실한 부동산을 매입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경제적 합리성만 놓고 본다면 완전히 실패한 투자처럼 보입니다.  

    2. 은을 지불한 예레미야의 구체적인 경제행위

    예레미야 32장 8절에서 10절까지는 예레미야가 토지를 구입하게 된 과정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과연 주님의 말씀대로, 숙부의 아들 하나멜이 근위대 뜰 안으로 나를 찾아와서, 내게 부탁하였다. 베냐민 지방의 아나돗에 있는 그의 밭을 나더러 사라고 하였다. 그 밭을 소유할 권리도 나에게 있고, 그 밭을 유산으로 사들일 권리도 나에게 있으니, 그 밭을 사서 내 밭으로 삼으라고 하였다. 그 때에 나는 이것이 바로 주님의 명령임을 깨달았다. 나는 숙부의 아들 하나멜에게서 아나돗에 있는 그 밭을 사고, 그 값으로 그에게 은 열일곱 세겔을 달아 주었다. 그 때에 나는 매매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그것을 봉인하고, 증인들을 세우고, 은을 저울에 달아 주었다."

     

    위에서 언급한 예레미야 32장 8절에서 10절까지는 고대 근동의 정식 매매 절차를 상세히 보여줍니다. 고대 근동의 표준적인 법적이면서 경제적 절차를 따른 실제 거래내용을 보여줍니다. 매수자는 은으로 대금을 지불했고, 서기관을 통해 매매 증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증서는 봉인된 원본과 봉인되지 않은 사본으로 나뉘었으며, 증인들의 입회 아래 계약의 공적 효력이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이 문서들은 오랜 기간 보존하기 위해 토기 항아리에 담겨 보관되었습니다. 고고학적으로도 이와 유사한 토지 계약 문서들이 바빌로니아 및 유다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이러한 발견은 성경에 묘사된 예레미야의 행동이 상징이 아니라 실제 법적이고 경제적 거래였음을 뒷받침해줍니다.  

    구약학자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는 그의 저서 『BST 예레미야』 (원제: The Message of Jeremiah: Grace in the End) 에서 "예레미야는 신앙 고백을 추상화하지 않고, 가장 현실적인 경제 수단인 은으로 표현했다." 라고 설명합니다. 이 말은 예레미야가 토지 값으로 은을 지불하였다는 것은 예레미야의 믿음이 자본을 통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믿음임을 입증한다는 뜻입니다.

     

    예레미야는 매매 증서를 두 종류로 작성합니다. 매매 증서 두 종류에 대해서는 예레미야 32장 14절에 언급하고 있습니다. 예레미야 32장 14절에 이렇게 기록합니다. "나 만군의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말한다. 이 증서들 곧 봉인된 매매계약서와 봉인되지 않은 계약서를 받아서, 옹기그릇에 담아 여러 날 동안 보관하여라."(새번역) 따라서 매매 증서 두 종류 중 하나는 봉인된 매매계약서이고 다른 하나는 봉인되지 않은 계약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봉인된 매매계약서는 원본으로 사요하였고, 봉인되지 않은 계약서는 열람용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러한 두 종류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바벨론 및 유다 지역에서 확인되는 표준 계약 관행입니다.

     

     "옹기그릇에 담아 여러 날 동안 보관하여라"라는 명령은(렘 32:14) 장기간 보존을 전제로 한 법적 안정성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법과 제도가 장기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옹기그릇에 보관하라고 한 것입니다. 구약학자 J. A. 톰슨(J. A. Thompson)은 자신의 저서 『The Book of Jeremiah』에서 " 예레미야는 국가가 무너져도 하나님의 질서와 법은 지속된다고 믿었다."고 말합니다. 예레미야의 경제관념은 단기적인 체제 붕괴보다 장기적인 질서 회복을 전제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3. 예레미야의 경제관념 네가지 

    예레미야의 경제관념 첫번째는 시장보다 약속이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예레미야가 토지를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시장분석의 결과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선언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예레미야의 토지 매입은 시장 논리가 아니라, 하나님이 약속하신 미래에 대한 신뢰에 근거한 행위라는 뜻입니다. 예레미야는 현재 시장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바라본 것은 하나님의 회복 선언 이후의 미래 가치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한 장기적 안목의 투자였습니다. 예레미야 32장 37절에 "똑똑히 들어라. 내가 분노와 노여움과 울화 때문에 그들을 여러 나라로 내쫓아 버렸다. 그러나 이제 내가 그들을 이 모든 나라에서 모아다가, 이 곳으로 데려와서 안전하게 살게 하겠다."(새번역)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발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예레미야 32장 37절을 '대안적 경제 상상력'으로 "제국의 경제는 파괴를 계산하지만, 예언자의 경제는 회복을 계산한다."로 해석합니다. 이 말의 뜻은 현실 부정이 아니라,
    미래를 포함한 더 넓은 현실 인식이었던 것입니다.

     

    예레미야의 경제관념 두번째는 "신앙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예레미야가 현실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예레미야 32장 2절에 "그 때에 예루살렘 바빌로니아 왕의 군대에게 포위되어 있었고, 예언자 예레미야 유다 왕궁의 근위대 뜰 안에 갇혀 있었다."(새번역)라고 기록되었듯이 예레미야는 이미 예루살렘의 멸망을 선포했고, 자신 또한 감옥에 갇힌 상태였습니다. 예레미야의 경제 활동에 대해서 구약학자 존 브라이트(John Bright)는 자신의 저서 『Jeremiah: A New Translation with Introduction and Commentary』 에서 "예레미야의 행위는 현실 도피적 신앙이 아니라,붕괴를 정면으로 인정한 상태에서의 신앙적 결단이다.” 라고 말합니다. 예레미야는 맹목적 긍정도 아니고 종말론적 무책임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가장 냉혹한 경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너머의 회복을 신뢰했습니다. 

     

    예레미야의 경제관념 세번째는 '손실을 감수하는 신앙적 합리성'입니다. 예레미야도 이 거래가 손해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입니다. 예레미야 32장 25절에 "주 하나님, 어찌하여 주님께서는 이 도성이 이미 바빌로니아 군대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저더러 돈을 주고 밭을 사며, 증인들을 세우라고 말씀하셨습니까?"(새번역)라고 예레미야의 탄식의 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레미야의 이러한 탄식은 예레미야가 감정적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니며 손익 계산을 외면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예레미야의 손실을 감수하는 선택을 두고서 존 브라이트(John Bright)는 자신의 저서 『Jeremiah』 — John Bright (John Bright, Jeremiah: A Commentary, The Anchor Bible, Vol. 21) 에서 '의식적인 위험 감수' 라고 부릅니다. 존 브라이트는 예레미야는 손해를 알면서도 순종했는데 그 순종을 두고 '신앙의 비합리성이 아니라 신앙의 더 큰 합리성'이라고 표현합니다. 

     

    예레미야의 경제관념 네번째는 '소유는 곧 청지기적 책임'입니다. 토지는 고대 이스라엘에서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하나님이 위탁하신 기업(נַחֲלָה, 나할라)이었습니다. 예레미야가 친족의 땅을 되사는 행위는 레위기 25장의 기업 무를 권리(גְּאֻלָּה, 게울라)를 충실히 이행한 것이기도 합니다. 기업 무를 권리에 대한 내용이 레위기 25장 24절~27절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토지는 고대 이스라엘에서 단순한 자 너희는 유산으로 받은 땅 어디에서나, 땅 무르는 것을 허락하여야 한다. 네 친척 가운데 누가 가난하여, 그가 가진 유산으로 받은 땅의 얼마를 팔면, 가까운 친척이 그 판 것을 무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것을 무를 친척이 없으면, 형편이 좋아져서 판 것을 되돌려 살 힘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판 땅을 되돌려 살 때에는, 그 땅을 산 사람이 그 땅을 이용한 햇수를 계산하여 거기에 해당하는 값을 빼고, 그 나머지를 산 사람에게 치르면 된다. 그렇게 하고 나면, 땅을 판 그 사람이 자기가 유산으로 받은 그 땅을 다시 차지한다."(새번역) 따라서 예레미야가 친족의 땅을 되사는 행위는 경제 활동이 곧 언약 공동체를 지키는 행위였음을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서 토지의 궁극적 소유주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족과 지파 단위의 경제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제 활동이 곧 윤리적 책임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예레미야의 땅 매입은 개인 투자가 아니라 언약 공동체의 경제 질서를 유지하는 행위였습니다. 예레미야는 예언자이기 이전에 공동체 경제 질서의 참여자였던 것입니다. 

    4. 예레미야의 희망을 실행한 경제행위가 주는 교훈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예레미야의 희망을 실행한 경제행위 예레미야 32장은 오늘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교훈합니다. 위기의 시대에 흔들리며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가를 묻습니다. 또한 눈앞의 작은 이익에 투자하느라 하나님이 회복을 약속하신 영역에 투자는 방치하고 있는가를 묻습니다. 미국 신학자 엘런 데이비스(Ellen F. Davis)는 예레미야 32장의 사건을 두고서 '희망의 경제학'이라고 부르면서 "예레미야의 매매는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공동체의 미래를 선택하는 경제적 순종이다."라고 말합니다. 예레미야는 무너질 도시 한가운데서 회복될 땅의 가치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은과 계약서 및 인장으로 남겼습니다. 신앙은 관념이 아니라 행동하는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예레미야에게 그 선택은 가장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부동산 매입’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예레미야 32장의 부동산 계약서는 토지 소유 증서이기 이전에 하나님의 미래를 신뢰한다는 신앙 고백서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