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이삭의 경제활동을 창세기 26장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기근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생산을 이어가기 위해 파종하는 모습과 탁월하게 갈등을 관리하는 모습을 통해 성경적이고 경제적인 원리들을 알아봅니다.

1. 시대와 상황에 맞는 경제 전략을 펼친 이삭
대부분 기독교 신앙인들은 구약성경의 족장시대를 살았던 아브라함과 야곱을 잇는 조용한 인물로 인식합니다. 족장시대의 아브라함은 개척자로, 야곱은 전략자로, 요셉은 행정가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반면, 이삭은 상대적으로 이야기 분량이 적고, 눈에 띄는 극적인 내용도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창세기 26장을 경제활동의 관점에서 볼 때 이삭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기근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위기 상황에서 이삭은 이주 -> 농업 -> 목축 -> 수자원 -> 관리 -> 분쟁 -> 조정이라는 복합적인 경제 결정을 연속적으로 수행하였습니다. 이삭은 확장보다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정복보다는 관리를 선호하였습니다. 속도를 내는 경제보다 안정의 경제를 추구하였습니다. 이것은 시대와 상황에 맞게 경제적 측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기근 속에서 선택한 경제 전략, 멈춤 (창 26:1–6)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창세기 26장 1절~2절은 "일찍이 아브라함 때에 그 땅에 흉년이 든 적이 있는데, 이삭 때에도 그 땅에 흉년이 들어서, 이삭이 그랄의 블레셋 왕 아비멜렉에게로 갔다. 주님께서 이삭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셨다. 이집트로 가지 말아라. 내가 너에게 살라고 한 이 땅에서 살아라."라고 기록합니다.
위의 말씀에서 보듯 이삭은 흉년이 들어서도 그랄의 블레셋 왕 아비멜렉에게로 갔습니다. 애굽으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이삭의 아버지 아브라함은 기근을 피하기 위해서 애굽으로 이동했었습니다.(창 12장) 그러나 이삭은 애굽으로 내려가지 않고 그랄에 머무는 선택을 합니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 기근은 단순한 식량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인 경제위기의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근은 생산 구조의 붕괴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기근으로 인해 노동력이 유실되고, 사회 질서의 불안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기근은 생존을 위한 대규모의 이동을 야기하는 경제적 위기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총체적 경제 위기 앞에서 이삭은 대규모 이주를 하지 않고 기존 생활권 안에서 머물고 견디는 전략을 선택합니다.
신학자 존 골딩게이(John Goldingay)는 그이 저서에서 『Old Testament Theology』 이동대신 멈춤을 선택한 이삭을 "이삭은 이동을 통해 위기를 해결하기보다, 약속의 땅 안에서 위기를 견디는 경제적 신뢰를 보여 준다."라고 평가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신앙 고백의 차원을 너머서서 거래 관계와 노동 구조 및 지역 네트워크를 유지하려는 현실적 판단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기근 중에 파종하는 과감한 경제적 선택 (창 26:12)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창세기 26장 12절은 "이삭이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 해에 백 배나 얻었고 여호와께서 복을 주셨으므로 이삭이 그 땅에서 농사를 지어서, 그 해에 백 배의 수확을 거두어들였다. 주님께서 그에게 복을 주셨기 때문이다."라고 기록합니다. 히브리어 원문에서 '농사하다'라는 동사 זָרַע (자라아)는 '씨를 뿌리다, 파종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식량이 심각하게 부족하여서 사람들이 굶주리는 상태인 기근 가운데 파종를 한다는 것은 우선당장의 심각한 어려움을 견디는 가운데 열매를 거둘 장래에 소망을 두고 행동하는 과감하면서도 위험스러운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험스러운 투자라고 보는 이유는 강수량의 불확실성과 파종한 종자의 손실 가능성이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동 대비 수확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도 상당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위험 요소가 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삭은 공격적으로 생산을 위한 파종 전략을 선택합니다. 브루스 월트키(Bruce K. Waltke)는 이삭의 이러한 판단을 향해 그의 저서 『Genesis: A Commentary』 에서 "이삭의 파종은 무모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기반으로 한 장기 경제 판단이었다." 라고 해석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삭이 여러 위험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실천했던 행동입니다. 하나님은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백 배를 주신 것이 아니라 파종이라는 경제적 행위를 한 사람에게 결과를 얻도록 하셨습니다.
4. 갈등을 불러온 경제적 번영 (창 26:13–14)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창세기 26장 13절~14절에 "그는 부자가 되었다. 재산이 점점 늘어서, 아주 부유하게 되었다. 그가 양 떼와 소 떼, 남종과 여종을 많이 거느리게 되니, 블레셋 사람들이 그를 시기하기 시작하였다."(새번역)라고 기록합니다. 이삭의 부유함은 개인 차원의 복에 머물지 않고 사회 구조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확장됩니다. 그러자 문제가 곧 이어서 따라오게 됩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이삭을 시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의 이삭에 대한 시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해보면 이렇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이삭을 '내 몫을 빼앗아 갈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여서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는 경쟁자'로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같은 공간의 땅에서 그 땅으로부터 나오는 같은 자원을 가지고 살아가는 상황이었기에 그러한 인식은 더욱 강해졌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토지, 물, 노동력 등의 한정된 자원에 대한 자원 통제 욕구가 커지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저 사람이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불안도 느끼게 되어 생산의 공급원이 되는 자원을 막거나 혹은 제한하여 빼앗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한 불안한 욕구는 정치적 불안으로까지 이러지게 됩니다. 부는 곧 영향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재산이 많아질수록 사람을 많이 고용할 수 있고, 말의 영향력도 커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집단 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자리잡게 됩니다. 기존 권력자나 지도층은 "이 사람이 기존의 질서를 흔들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정리하면 블레셋 사람들의 이삭에 대한 시기는 부의 증가가 이삭 개인의 축복으로 끝나지 않고, 이삭이 속한 공동체 전체의 긴장과 경계심을 함께 만들어냈기 때문에 발생하였던 것입니다. 단순한 질투가 아니라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불안 및 정치적 불안을 동시에 야기시켰기 때문에 시기로 표출된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J. H.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는 그의 저서 『Old Testament Ethics for the People of God』 에서 이삭이 당면한 상황을 "성경은 부 자체를 비판하지 않지만, 부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긴장을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때 이삭은 블레셋 사람들을 힘으로 맞서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발 물러서는 선택을 하게 됩니니다.
5. 분쟁시 경제적 강자의 선택 한 발 물러서기 (창 26:18–22)
이삭은 기근을 맞아서 애굽으로 내려가지 않고 그랄에서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그랄에서 살면서 이삭의 재산은 점점 쌓이게 되자 블레셋 사람들이 이삭을 시기하게 됩니다. 그 이후 이삭은 우물을 파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창세기 26장 18절부터 22절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 이삭은 자기 아버지 아브라함 때에 팠던 우물들을 다시 팠다. 이 우물들은, 아브라함이 죽자, 블레셋 사람들이 메워 버린 것들이다. 이삭은 그 우물들을 그의 아버지 아브라함이 부르던 이름 그대로 불렀다. 이삭의 종들이 그랄 평원에서 우물을 파다가, 물이 솟아나는 샘줄기를 찾아냈다.샘이 터지는 바람에, 그랄 지방 목자들이 그 샘줄기를 자기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삭의 목자들과 다투었다. 우물을 두고서 다투었다고 해서, 이삭은 이 우물을 1)에섹이라고 불렀다. 이삭의 종들이 또 다른 우물을 팠는데, 그랄 지방 목자들이 또 시비를 걸었다. 그래서 이삭은 그 우물 이름을 2)싯나라고 하였다. 이삭이 거기에서 옮겨서, 또 다른 우물을 팠는데, 그 때에는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이제 주님께서 우리가 살 곳을 넓히셨으니, 여기에서 우리가 번성하게 되었다" 하면서, 그 우물 이름을 3)르호봇이라고 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창세기 26장 18절~22절은 이삭의 경제활동 중 우물 이야기입니다. 우물의 이름은 에섹(다툼),싯나(적대), 르호봇(넓은 곳)입니다. 이 우물들은 단순한 물 공급원이 아니라 생산권과 생존권의 상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물 공급원인 우물을 팔때 마다 그랄 지방 목자들은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랄 지방 목자들이 시비를 걸어올 때마다 이삭은 무력충돌로 맞서지 않았습니다. 법적인 다툼도 피했습니다. 이삭이 선택한 방법은 한 발 물러서는 것이었습니다.
이삭의 이러한 물러서기는 경제적 측면에서 판단해보면 패배가 아니라 비용 관리 차원에 있어서 중요한 전략이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한 발 물러서기는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축소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됩니다. 또한 타인의 신체 혹은 생명을 향한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러한 한 발 물러서기를 통해서 이삭은 결국 다툼과 시비가 없는 더 넓은 공간을 의미하는 우물 '르호봇'을 파게 되었습니다 . 신학자 게르하르트 폰 라드(Gerhard von Rad)는 그의 저서 『Genesis: A Commentary』 에서 "이삭의 반복된 철수는 약함이 아니라, 축복이 확장될 공간을 기다리는 신학적이고 경제적인 인내였다."라고 평가합니다.
6. 이삭 경제의 특징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이삭의 경제활동 특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생산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선 눈앞의 확장보다는 멀리 내다보는 지속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시기로 인한 시비가 일어날 때는 갈등을 최소화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 즉 한 발 물러서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와 질서를 자산으로 인식하는 지혜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기근의 시기에도 파종을 실천하는 결단력, 즉 인간의 노동을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약속과 인간의 노동을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이삭은 신앙으로 경제를 회피하지 않았고, 경제로 신앙을 대체하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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