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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경에서의 부(富): 축복인가? 시험인가?

📑 목차

    인류 사회에서 부는 늘 중요한 질문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경에서의 부는 삶을 유지하는 자원일 뿐 아니라, 한 사회의 가치 체계와 인간의 존재 방식까지 형성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도 부는 단순한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의 신앙과 윤리, 공동체의 구조를 드러내는 핵심 주제로 다뤄집니다.

     

    성경은 부를 축복이자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도록 하는 시험으로 제시합니다. 또한  하나님과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시험하는 도구로 이해합니다.  개신교가 성경의 원어로 보고 있는 히브리어 성경과 헬라어 성경에서의 말하는 의미와,학자들의 의견을 통해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경에서의 부가 축복인가? 시험인가?  및 그밖의 의미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경에서의 부(富): 축복인가? 시험인가?

    1. 성경에서의 부 축복인가? :축복! - 창조 질서와 연결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경에서 부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에게서 나온 선물로 묘사됩니다.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이 '집짐승과 은과 금이 많은 큰 부자가 되었다'(창 13:2, 표준새번역)고 기록하는데, 이는 그가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 안에서 풍요를 누렸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부는 관계의 결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성경적 관점에서 부가 축복으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공동체적 생명력과 연결되어야 했습니다. 위 문단에서  아브라함의 부가 의미 있는 것은  "너를 통해 모든 민족이 복을 받을 것이다"(창 12:3)라는 하나님의 약속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부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 이해된 것입니다. 따라서 부의 주제는 단순히 경제적 안정이나 윤리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목적과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어떻게 경제 행위 속에서 구현되는지를 묻는 신학적 질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대 근동 문헌에서도 부는 신적 질서와 밀접하게 연결되었으며, 이스라엘의 율법은 공동체 전체가 경제적으로 불평등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성경이 다루는 부의 문제는 단순한 금전적 윤리 판단을 넘어 전인적 삶과 공동체 윤리에 대한 종합적 가르침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히브리어 성경에서 부를 가리키는 단어 중 하나인 רִכּוּשׁ(리쿠시, rekush)는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사람이 삶을 유지하는 전 생태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성경은 부를 존재의 문제와 연결하여 다룹니다.

     

    존재의 문제와 연결하여 존 월튼(John Walton)은 고대 근동 문헌을 분석하며 구약의 창세기 세계관을  "고대인은 물질을 소유하는 것을 존재의 확장으로 이해했습니다. 존재가 확장되면 책임도 함께 확장된다."고 말합니다.

    이 시각에 따르면 부는 단순히 가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영향력·책임의 총합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이에 따라 성경적 정의에서 부란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 부가 어떤 존재 목적을 이루는가'가 핵심 지표가 됩니다.

     

     히브리어 성경에서  'עָשִׁיר (ašîr 아쉬르)'는 물질적 부유함 그 자체를 말하고,  'בָּרָכָה(barakah, 바라카)'는 단순한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니라 창조 질서에 부합하여 번성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히브리 성경은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여 사용합니다.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בָּרָכָה(바라카, barakah, 바라카)' 를 '하나님이 창조 세계에 부여한 생명력의 에너지'라고 설명합니다. 즉 축복은 '기쁨·평화·관계·풍요'가 함께 작동하는 전인적 생태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가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관계의 조화 속에서,공동체적 번성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기준을 잃으면 부는 축복이 아니라 위험 요소로 전환된다고 주장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역시 인간의 행복을 외적 재화에 두는 것을 경계하며, 히브리적 세계관과 일치하게 부의 진정한 목적은 "덕을 실천할 자유"라고 말했습니다.

    2.성경에서의 부 시험인가? :시험! - 신뢰의 대상을 드러내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경은 부가 축복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인간을 시험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말합니다. 신명기 8장 17절은 “내 능력과 내 손의 힘으로 내가 이 재물을 얻었다 말할것이라”(개역개정)라고 경고합니다. 이것은 부가 인간의 자율성과 자기중심성을 강화할 위험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시험을 뜻하는 נִסָּיוֹן(nissayon, 니스욘 )은 단순히 떨어뜨리는 시험이 아니라 인간의 참된 마음을 드러내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님이 부를 주실 때는 그 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인간의 중심이 드러나도록 하신다는 뜻입니다.


    예수의 말씀도 이 논의를 강화합니다.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 6:24, 개역개정). 여기서 재물로 번역된 헬라어 μαμωνᾶς(mamonas, 마모나스)는 히브리어 מָמוֹן(mamon, 마몬)에서 온 단어로, '재물'이라는 뜻을 넘어
    '의존의 대상, 신뢰의 근거, 삶을 지탱해주는 절대적 토대'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신적 대상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다시말하면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우상적 힘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즉 부는 인간의 신뢰가 어디에 있는지를 시험하는 거울이 됩니다.


    브루그만은 이것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물이 가진 영적 구조적 힘'으로 확장하여 설명합니다.
    그는 소비주의를 '보이지 않는 신전'이라 부르며, 부가 신적 자리를 차지하는 현상을 '소비주의적 제국주의'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소비가 인간을 동일한 가치관으로 묶는 종교적 시스템이 되었고, 인간이 자신을 스스로 만족시키는 존재로 착각하게 만드는 강력한 영적 구조라고 분석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부가 신앙을 약화시키는 시험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3.성경에서의 부: 사회적 기능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경은 부를 개인의 사적 소유로만 보지 않고, 공동체적 구조와 연결된 책임으로 이해합니다. 예를 들면 레위기 25장의 희년 제도는 현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고대 사회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합니다. 부의 집중과 불평등이 누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는 부의 사회적 역할 즉 경제적 안전장치로 평가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희년 제도를 통해 빈부격차의 회복,영구적 빈곤층의 발생을 차단하고자 하였던 입니다. 존 월튼은 희년을 '하나님의 공평의 본질을 구조적으로 구현한 경제제도'라고 평가합니다. 또한 고대 근동의 경제 구조를 분석하면서 성경의 경제법이 단순한 종교적 규제가 아니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매우 실질적인 경제 질서였다고 평가합니다. 부는 사회 전체의 균형을 위해 관리되어야 하는 자원임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히브리어로 정의를 의미하는 צֶדֶק(체데크, tsedeq)은 단순한 법적 공정을 의미하지 않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삶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즉 부는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도 기능할 수 있었습니다.

     

    브루그만은 성경적 경제 질서를 '대안 경제'라고 표현하며, 성경이 당시의 제국적 경제 구조에 맞서는 공동체적 연대 경제를 제시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오늘날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는 사회에서도 중요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 신학자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는  1.하나님이 주권자다(ownership)  2.인간은 청지기다(stewardship) 3.공동체는 부의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just distribution) 이 세 가지 원리가 결합해야만 부가 사회적 정의를 이루는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4. 성경에서 부에 대한 태도 — 감사, 겸손, 책임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경에서의 부는 결국 신앙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개념입니다. 바울은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빌 4:12, 표준새번역)라고 말하며 부가 인간의 겉모습인 아닌 내면적 성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더해 바울의 고백은 단순한 경제적 상황의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를 넘어, 자기 존재의 근거를 무엇에 두고 살아가느냐라는 신앙적 정체성의 문제를 드러냅니다. 그는 부와 가난이 모두 인간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임을 이해했고, 오직 자신의 마음이 하나님에게 고정되어 있을 때에만 부의 유무와 관계없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원리를 제시했습니다.

     

    한국 사회처럼 소득 수준과 주거 형태가 곧 정체성의 기준이 되는 현실에서, 바울의 가르침은 특히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곧 부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가를 드러내는 거울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부를 대하는 태도는 경제 교육이기 이전에 존재론적 교육, 즉 인간이 자신의 삶의 중심을 어디 두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과 직결됩니다.


    감사는 성경적 부의 중요한 원리입니다. 감사를 뜻하는 히브리어 ' תּוֹדָה (todah, 토다)'는 '고백하다'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어, 부를 받을 때 자신이 누구에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인정하는 행위입니다. 부는 감사할 때에만 건강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더욱 깊게 보면 토다는 단순한 “고마움의 표현”이 아니라, 의존의 관계를 자발적으로 인정하는 신앙적 행위입니다. 이는 부의 출처를 외부적 요인(운, 능력, 환경)으로만 설명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지탱해 온 여러 관계와 공동체, 그리고 보이지 않는 은혜를 보는 시선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성취와 능력을 개인의 것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성경적 감사는 부의 축적 과정에 개입된 관계적·사회적 요소들까지 포함하여 인식하는 넓은 시야를 제공합니다. 이는 경제적 자부심이 오만으로 변하는 것을 방지하고, 부를 통해 사회적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윤리적 방향성을 제공합니다.


    겸손 또한 부를 바르게 다루는 태도로 언급됩니다. 베드로전서 5장은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라'(벧전 5:5, 개역개정)고 권면하며, 이는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부를 비롯한 인생의 모든 영역을 하나님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전환을 뜻합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경에서 겸손은 자기 비하가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능력, 즉 자신의 위치와 한계를 바르게 보려는 태도입니다. 이런 점에서 겸손은 부의 오용을 막는 강력한 지적·도덕적 장치입니다. 재산이 늘어날수록 인간은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데, 성경적 겸손은 바로 이 지점을 통찰합니다.

     

    또한 현재 한국의 소비·투자 환경에서 흔히 나타나는 과도한 자기확신, 위험감수 심리, 부동산 혹은 자산 증식에 대한 절대적 신뢰는 겸손의 결핍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따라서 겸손은 부를 축소하는 태도가 아니라, 부를 현실적·지혜롭게 운용하게 만드는 인식적 균형입니다.


    책임은 성경적 부의 필수 요소입니다. 예수는 달란트 비유를 통해 부가 사용되기 위해 주어진 것이며, 그것을 묻어두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말씀하십니다. 책임은 소유를 지키는 행동이 아니라, 소유를 통해 생명력을 확장하는 행동입니다. 더 나아가 성경에서 부의 책임은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윤리적 관계의 수행을 포함합니다. 달란트 비유는 개인이 가진 재능과 자원은 본질적으로 “위임된 것”이며, 위임받은 자는 자신의 판단을 넘어 더 큰 목적을 위해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 사회에서 책임 있는 부의 사용은 투자 수익이나 자산 증식 자체에 머물지 않고, 삶의 질을 나누고 공동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성까지 고민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부는 축적될 때 힘을 가지지만, 사용될 때 의미를 갖습니다. 성경적 책임은 바로 이 지점에서 부의 진정한 가치를 사회적 선한 영향력으로 연결시키는 통로가 됩니다.

    5. 성경에서 부의 추가적 내용 및 결론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위에서 살펴본 부에 대한 내용 외에  잠언은 의인에게 임하는 부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기도 하지만, 전도서는 세상의 모든 부가 결국 ' הֶבֶל (hebel ,헤벨)' 즉, 덧없음이라고 말합니다. 이 상반된 메시지는 성경이 부를 둘러싼 긴장과 복합성을 정직하게 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언자들은 특히 구조적 불의로 인해 부를 축적하는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이를 "왕정적 경제 체제에 대한 예언자적 저항"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신약학자 크레이그 키너(Craig Keener)는 1세기 팔레스타인 사회를 분석하며, 예수의 부와  관련한 가르침은 당시 양극화된 경제 구조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기도 했다고 설명합니다. 사도 바울도 역시 부를 "선한 일에 참여할 능력"으로 보았지만  동시에 공동체 내 경제적 불평등을 심각하게 문제삼았습니다.

     

    성경은 부를 '목적이 아닌 기능(Function)'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브루그만은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부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력을 인간의 관계와 공동체에 흘려보내는 통로이다." 이 관점에서 성경이 말하는 부의 정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축복의 성격:
      하나님이 주신 번성의 능력
    • 시험의 성격:
      인간의 신뢰가 어디에 있는지를 드러내는 구조
    • 사회적 성격:
      공동체와 약자를 위한 정의의 도구
    • 신앙적 성격:
      인간의 존재 목적을 드러내는 자리

     

    결국, 성경은 인간에게 부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 '어떤 삶의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는가'의 문제로 바라보게 합니다.

     

    따라서 성경이 말하는 부는 축복이자 동시에 시험이며, 그 사용 방식에 따라 공동체를 살릴 수도, 파괴할 수도 있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부를 소유하는 자가 아니라 부를 맡은 청지기로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야 합니다. 또한 부의 문제는 신앙의 성숙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므로 윤리적 실천뿐 아니라 시대적 불의에 대한 인식, 공동체적 책임을 함께 요구합니다.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성경이 제공하는 부의 신학은 경제적 성공을 넘어서 보다 넓은 차원의 정의·자비·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도록 이끕니다. 이러한 신학적 관점이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게 건강한 경제적 삶을 세우는 지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