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구약의 희년 히브리어로 'יוֹבֵל(yovel, 요벨)' 제도는 오늘의 자본주의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비추는가?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성경적 경제 정의의 원리와 현대 한국 사회가 배울 수 있는 적용점을 신학적·경제학적 관점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서론
현대 자본주의는 생산성과 경제 성장을 견인했지만, 소득·자산의 불평등과 세대 간 불평등을 심화시켰습니다. 한국은 특히 부동산 중심의 자산구조, 높은 주택가격, 가계부채, 그리고 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 문제로 사회적 긴장이 큽니다. 이런 맥락에서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구약의 희년(히브리어 יוֹבֵל (yovel, 요벨)) 제도는 단순한 역사적 호기심을 넘어서 오늘의 경제윤리와 정책을 재사유하게 하는 강력한 텍스트입니다.
그래서 본 글은
-희년의 본래 문맥과 신학적 의의를 심층적으로 재구성하고,
-고대 근동의 유사 관행과 비교하여 희년의 독특성을 밝히며
-희년 사상이 현대 자본주의 특히 한국 사회에 던지는 정책적·윤리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 희년 'יוֹבֵל(yovel, 요벨)'의 어원과 성경적 의미(레위기 25장)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레위기 희년은 히브리어 'יוֹבֵל (yovel, 요벨)'에서 유래되며, 원래는 숫양의 뿔 나팔을 의미합니다. 희년의 선포는 이 나팔을 부는 것으로 시작되었으며, 이는 단순한 휴식을 넘어 하나님이 경제 질서를 새롭게 재창조하시는 거룩한 시간으로 이해되었습니다.
25장은 희년을 규정하며 다음과 같은 핵심 규정들을 제시합니다.
- 오십 년(7년×7 + 1)마다 희년을 선포: "너희는 오십 년이 시작되는 이 해를 거룩한 해로 정하고 전국의 모든 거민에게 자유를 선포하여라. 이 해는 너희가 희년으로 누릴 해이다. 이 해는 너희가 유산 곧 분배받은 땅으로 돌아가는 해이며 저마다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해이다." (레위기 25:10, 새번역)
- 토지의 원소유 회복: 팔린 토지는 희년에 본래 소유자에게 돌아간다(레 25:23, 새번역).
- 채무 탕감과 종의 해방: 안식년과 희년은 경제적 구속을 풀어주는 제도이며, 가난의 대물림을 차단한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희년은 신학적으로 서로 연결된 세 축을 갖습니다.
-창조신학적 소유관- 토지의 회복: 희년의 사상은 창세기의 토지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창세기 1장은 하나님이 땅을 창조하시고 인간에게 "돌보라"고 맡기셨지 '절대적 소유권'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창세기 1장 28절에는 이렇게 기록합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베푸셨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여라.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려라" 하셨다.(새번역)
레위기 25장 23절은 "땅은 나의 것이다."라고 명확히 합니다.
"땅을 아주 팔지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다만 나그네이며, 나에게 와서 사는 임시 거주자일 뿐이다."(새번역)
즉, 희년의 전제는 '절대적 소유'가 아니라 '위탁된 관리'라는 창조신학적 구조입니다.
이 관점은 자본주의의 '사유 재산의 절대화'와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입니다.
고든 웬햄( Gordon Wenham) 역시 창세기와 율법서(출애굽기,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연결하여서 땅의 궁극적 소유권은 하나님에게 있으며, 인간은 관리자(οἰκοδεσπότης, oikodespotes, 오이코데스포테스)로서 위탁받은 자라고 주장합니다. (창세기 창조 질서와 연계). '관리자성'의 신학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토지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것이며, 인간은 관리자일 뿐이다."
-공의(צדק tsedaqah, 체다카)의 구현-빚탕감: 희년은 개인의 자선적 선행이 아니라 제도적 정의(정의의 제도화)를 통해 공동체가 균형을 회복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이러한 제도를 '하나님의 공의가 사회 구조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신적 장치'라 보았습니다.
-종말론적 해방과 회복-노예해방: 희년은 단순한 경제리셋이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가 현실에 개입하여 억압을 풀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상징적 행위였습니다. 희년의 나팔(요벨)은 하나님의 구속 역사가 사회 경제적 차원에서 반복적으로 선언되는 사건을 가리킵니다.
희년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합니다.
- 불평등 누적을 방지: 토지·자산의 영구적 집중을 막음.
- 경제적 재시작 기회 제공: 빚으로 인해 완전히 사회에서 배제된 자들에게 회복의 기회를 제공.
- 공동체 연대 강화: 개인의 재산권을 공동체적 책임 맥락에서 재정의.
이러한 신학적 해석은 희년을 단순한 고대의 사회복지 장치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사회경제적 윤리'로 읽게 합니다.
구약학자 '게르하르트 폰 라드(Gerhard von Rad)'는 희년을 '하나님이 사회·경제 구조를 주기적으로 재조정하여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새 출발을 허락하는 구원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즉, 희년은 단순한 경제 제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 나라의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거룩한 사회 구조'였습니다.
3. 고대근동의 채무탕감 관행과 희년의 독특성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등에서는 왕이 즉위하거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할 때 '공적 채무탕감(debt cancellation)'을 시행한 사례가 병행하여 발견됩니다(예: 신왕국 시대의 관행, 고대 바빌로니아의 기록 등). 이는 왕권의 자비와 사회적 안정 회복을 상징하는 정치적 행위였습니다.
그러나 희년은 다음 점에서 고대 관행과 구별됩니다.
-주권의 하나님의 귀속: 고대 왕권적 탕감은 왕의 자의적 선포였지만, 희년은 하나님의 주권을 전제로 한 종교적 제도였습니다.(레 25:23)
-주기적·법제화된 장치: 희년은 예외적 한 번의 정치행위가 아니라 규범적으로 주기화(50년 주기)되어 공동체 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토지 중심의 사회경제적 안목: 농경사회에서 토지는 생계의 핵심이었고, 희년은 토지 회복을 통해 생계권과 사회적 정체성을 보호했습니다.
이 점에서 희년은 고대의 채무탕감 관행을 넘어서 종교적·사회적 질서를 회복하는 장기적 장치로 이해됩니다.
4.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와 희년의 대비
현대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과 재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지만, 불평등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 경제학에서 불평등 연구의 대표 학자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부가 어떻게 축적되고 세대 간 어떻게 이전되는지 분석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는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이라는 책을 저술하여서 '21세기판 마르크스'라고 불릴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의 핵심 명제는
r > g
- r: 자본의 수익률(부동산, 주식 등 자산에서 벌리는 돈)
- g: 경제 성장률
피케티는 역사적 데이터를 분석하여 자본 수익률(r)이 경제 성장률(g)보다 지속적으로 크면 부의 불평등이 시간이 갈수록 구조적으로 심화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 이미 자본을 가진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부유해지고,
- 자본이 없는 사람은 노동 소득만으로는 이 격차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이 명제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부의 대물림과 상속의 중요성이 점점 강화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핵심적인 틀을 제공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의 수익률이 누적되어 불평등이 심화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희년의 규정들은 윤리적·구조적으로 응답할 수 있습니다.
- 주기적 재분배(Reset) 원리: 희년은 일정 주기마다 불평등을 완화하는 장치로 작동했습니다. 현대에서는 누진세 강화, 상속세, 부동산세(특히 지대세·토지보유세)로 구현될 수 있습니다.
- 채무 경감의 제도화: 희년의 빚 탕감은 현대의 개인·가계 차원의 회생 제도(채무조정, 파산 보호 강화 등)의 고대적 원형입니다.
- 토지·주택의 공공성 강조: 희년의 토지 회복 원리는 오늘날 주거권 담론, 공공임대주택 확대, 토지 공유정책 등으로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과 신학적 측면은 효율성과 공의( צדק, tsedaqah, 체다카)라는 상반된 원리로 긴장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신학적 측면인 희년의 원리는 정의(justice)를 우선시 하는 반면, 경제적 측면인 자본주의는 효율성(efficiency)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실무정책 설계시에는 이 두 가치를 조화시켜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부의 영속적 집중을 차단하고,경제적 약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며, 공동체의 균형을 유지하고, 탐욕이 체제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핵심과제가 될 것입니다.
5. 대한민국 적용: 정책 제안과 교회·시민사회의 역할
아래는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희년 원리를 오늘의 한국 현실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제안들입니다. 제안들은 법적·정치적·사회적 현실을 고려하여 현실화 가능성을 중시했습니다.
5-1. 토지·부동산 정책
- 지대세(토지보유세) 강화 및 누진화
- 토지·비주거용 대지·투기용 보유에 대한 누진세를 통해 지대 추구적 수익을 억제하고, 토지의 공공적 가치를 환류시키는 장치.
- 공공주택 대규모 확충 및 장기임대 확대
- 희년의 '토지 회복'정신을 주거권으로 번안한 정책.
- 토지 이율 제한과 거래 과세
- 빈번한 매매와 투기를 억제하는 거래세·양도소득세 설계.
5-2. 채무·금융 정책
- 개인·가계 채무 조정 프로그램 제도화
- 과도한 가계부채(특히 생계형·학자금·의료비) 대상의 채무상환 유예 및 부분 탕감 프로그램.
- 공적 채무상담과 재무복지 서비스
- 서민의 채무 구조 재설계와 경제적 재사회화를 돕는 공적 서비스.
5-3. 세제·상속·재분배
- 상속세 체계의 강화 및 유예 없는 누진성 확보
- 부의 대물림을 완화하고 세수로 사회적 재분배를 확대.
- 조건부 기본소득(시범적) 도입 검토
- 청년·빈곤 계층 대상으로 소규모 기본소득을 실험하여 소득 안정성과 경제적 유동성 확보.
5-4. 교회와 시민사회(실천적 제안)
교회 차원의 채무 상담·재정 교육 프로그램 운영: 희년의 윤리를 지역 실천으로 연결.
공동체 기반의 자산 공유 모델 실험: 공동구매 주택, 코하우징, 사회적 주택 프로젝트 등
정책 옹호/ 교회의 공적 발언과 시민사회 연대: 교회가 경제정의 이슈에 대해 연구·옹호하는 공적 기관으로 참여.
6. 희년의 정신: 법·정책·공동체의 통합적 실천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희년은 단순한 고대의 제도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경제 윤리'가 제도화된 사례입니다. 그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며 인간은 관리자이다.(레 25:23)
- 경제적 불평등은 제도적으로 누적될 수 있으므로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
- 희년은 공동체의 존엄 회복과 지속 가능한 회복력을 목표로 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장점(효율성, 혁신)과 희년의 장점(정의, 회복)을 통합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한국 사회의 경우, 토지·주거 정책, 채무 조정, 상속세·조세 정책, 공공 주거 확충 등에서 희년의 원리를 창의적으로 수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회는 단지 윤리적 권고를 넘어서 정책 담론 형성, 공동체 실천 모델 제안, 직접적 사회복지 실천에 참여해야 합니다.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이렇게 말합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희년은 하나님이 '역사 속에 정의를 회복하시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신다." 이 말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오늘의 제도와 법을 통해 누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설계할 것인가? 희년의 질문은 결국 인간 사회의 정의와 자비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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