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예수의 열두 제자들의 직업과 경제 활동을 통해 신앙과 노동의 관계를 알아봅니다. 제자들의 경제활동을 역사적으로 분석하여 신앙과 노동, 소명과 생계의 관계를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예수 제자들의 부름과 경제활동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에서 예수의 제자들을 '모든 것을 버리고 혹은 모든 것을 남겨두고 예수를 따른 사람들'로만 서술하고 있다고 본다면 제자들의 삶은 매우 단순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동안 제자들의 경제활동과 노동의 문제는 신앙 담론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약성경을 좀더 자세히 읽어 보면, 예수의 제자들은 결코 경제 현실로부터 분리된 인물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각자 구체적인 직업이 있었습니다. 또한 직업에 필요한 기술도 있었고, 노동의 경험도 지닌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에 의한 하나님 나라 운동은 이러한 제자들의 현실적 기반 위에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1. 갈릴리 어부 제자들의 경제 현실과 제국 경제 구조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예수 제자들의 부름과 경제활동 예수의 첫 제자들은 갈릴리 지역에서 활동하던 어부들이었습니다. 마가복음 1장 16절은 "예수께서 갈릴리 바닷가를 지나가시다가,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가 바다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새번역)라고 제자들의 직업을 명확하게 증언합니다. 여기서 '어부'로 번역된 헬라어 ἁλιεύς(halieus, 할리에우스)는 단순한 임금 노동자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용어는 어선, 그물, 어획권, 유통 경로를 갖춘 소규모 자영업자 혹은 가족 단위 생산자를 가리킵니다. 특히 마가복음 1장 19절과 20절은 " 예수께서 조금 더 가시다가,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이 배에서 그물을 깁고 있는 것을 보시고, 곧바로 그들을 부르셨다. 그들은 아버지 세베대를 일꾼들과 함께 배에 남겨 두고, 곧 예수를 따라갔다."(새번역) 라고 기록한 내용을 근거로 볼 때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 세베대와 함께 일정한 규모의 어업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여기서 '그물을 손질하다'라는 표현에 사용된 동사 καταρτίζω(katartizō, 카타르티조)는 단순한 수리가 아니라, 장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전문적인 관리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제자들이 기술과 경험을 갖춘 숙련 노동자였음을 보여 줍니다.
신약학자 션 프레이네(Sean Freyne)는 자신의 저서 『Galilee, Jesus and the Gospels』에서 갈릴리 어부들을 '로마 제국의 조세와 상업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압박받던 소규모 생산자 계층'으로 분석합니다. 다시 말하면 제자들의 노동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제국 경제 질서 속에서 이루어지는 긴장된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예수의 부르심은 이러한 경제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였습니다. 그 현실 한가운데에서 하나님 나라의 질서로 살아내도록 하는 초대였습니다.
2. 세리 마태와 제국 경제에 대한 내부적 인식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예수 제자들의 부름과 경제활동 열두 제자 가운데 가장 독특한 경제적 배경을 지닌 인물은 세리 마태입니다. 마태복음 9장 9절은 "예수께서 거기에서 떠나서 길을 가시다가, 마태라는 사람이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그는 일어나서, 예수를 따라갔다."(새번역)라고 기록합니다. 마태는 세관에 앉아 있다가 예수의 말을 듣고서 예수를 따라갔습니다. 세리는 헬라어 τελώνης(telōnēs, 텔로네스)입니다. 그 당시 세리는 로마 제국의 조세 징수 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사람입니다. 세리는 단순한 공무원이 아니라, 세금 징수권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민간 사업자에 가까웠습니다. 세리는 위탁운영하는 민간 사업자이었기에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신약학자 에드 샌더스(E. P. Sanders)는 자신의 저서 『Judaism: Practice and Belief』에서 세리를 '제국의 재정 논리를 몸으로 수행하는 존재'로 규정합니다. 그런 점에서 예수가 마태를 불렀다는 것은 단순한 직업 변경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 체계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예수께서 마태에게 경제적 능력 자체를 부정하라고 요구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입니다. 마태는 제자 공동체 안에서 행정과 재정 감각을 지닌 인물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수 운동이 경제를 혐오하거나 무시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경제 현실을 분별하고 재구성하는 공동체였음을 보여 줍니다.
3. 조직화된 재정 구조 가운데 경제활동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예수 제자들의 부름과 경제활동 요한복음 12장 4절에서 6절은 " 예수의 제자 가운데 하나이며 장차 예수를 넘겨줄 가룟 유다가 말하였다. 이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고, 왜 이렇게 낭비하는가?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가난한 사람을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는 도둑이어서 돈자루를 맡아 가지고 있으면서, 거기에 든 것을 훔쳐내곤 하였기 때문이다.)" (새번역)라고 기록하는데 이것으로 제자 공동체가 일정한 재정 구조를 갖추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돈자루'으로 번역된 γλωσσόκομον(glōssokomon, 글로소코몬)은 단순한 돈주머니가 아니라, 공동체의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재정 금고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예수와 제자들이 후원과 기부를 통해 혹은 노동 수입을 통해 공동의 재정을 운영하고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신약학자 레이먼드 브라운(Raymond E. Brown)은 자신의 저서 『The Gospel According to John』에서 이 대목을 주석하며, 예수 운동을 '비조직적 유랑 집단이 아니라, 최소한의 재정 관리와 역할 분담을 갖춘 운동'으로 평가합니다. 따라서 제자들의 경제활동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차원의 구조 안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4. 부활 이후에도 지속된 노동과 경제활동
성경에 나타난 경제관념 예수 제자들의 부름과 경제활동 요한복음 21장 3절은 " 시몬 베드로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고기를 잡으러 가겠소 하니,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소 하고 말하였다. 그들은 나가서 배를 탔다. 그러나 그 날 밤에는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다." (새번역)라고 기록한 것을 보면 예수의 죽음 이후, 제자들은 다시 노동 현장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종종 제자들의 실패나 좌절로 해석되곤 합니다. 오히려 요한복음의 서술은 그들의 선택을 자연스러운 삶의 연속선상에 두고 있습니다. 예수의 죽음 이후에도 제자들은 여전히 노동하는 사람들이었으며,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는 현실적 존재였습니다. 여기서 '고기 잡으러 가겠다'라는 표현에 사용된 동사는 ὑπάγω( hypagō, 휘파고 )로, 단순한 이동을 넘어 결단과 의지를 포함하는 동사입니다. 베드로는 막연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바다로 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중 하나였던 노동의 자리로 돌아간 것입니다. 이는 소명이 직업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과 소명 사이에 긴장과 통합이 동시에 존재함을 보여 줍니다. 더욱이 이 장면은 집단적 노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12장 4절에서 6절에 보이는 것과 같이 베드로의 제안에 다른 제자들이 함께 반응합니다. 갈릴리 어업은 개인이 아닌 공동 작업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물의 준비와 배의 운항 및 어획물의 관리와 유통은 협력과 경험을 필요로 했습니다. 이러한 상활을 고려하면 요한복음 21장은 단순한 생계 활동이 아니라 공동체적 노동의 현장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21장 4절에서 6절 " 이미 동틀 무렵이 되었다. 그 때에 예수께서 바닷가에 들어서셨으나, 제자들은 그가 예수이신 줄을 알지 못하였다.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못 잡았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리하면 잡을 것이다. 제자들이 그물을 던지니,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서, 그물을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 "(새번역)라는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부활하신 예수께서 제자들을 성전이나 회당이 아니라 바로 이 노동의 현장에서 만나신다는 사실입니다. 밤새 수고했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한 상황 속에서, 예수는 그들의 노동의 한복판에 개입하십니다. 예수께서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리하면 잡을 것이다."(새번역)라고 말씀하셨을 때, 이는 단순한 기적의 재현이 아닙니다. 이 장면은 누가복음 5장의 첫 부르심 사건과 평행을 이룹니다. 처음 부르실 때도, 다시 회복시키실 때도, 예수는 제자들의 노동 현장에서 말씀하십니다. 이는 소명이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현실 변혁이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요한복음 21장은 노동의 실패 경험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요한복음 21장 3절 " 시몬 베드로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고기를 잡으러 가겠소" 하니,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소" 하고 말하였다. 그들은 나가서 배를 탔다. 그러나 그 날 밤에는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다."(새번역)에서 말하고 있듯이 그 날 밤에는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다고 노동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한계를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실패의 자리에서 풍성한 어획이 주어집니다. 이는 노동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선언이 아니라, 노동이 하나님의 주권 안에서 새롭게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신약학자 벤 위더링턴 3세(Ben Witherington III)는 자신의 저서 『The Acts of the Apostles』에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을 '노동을 포기한 금욕 공동체가 아니라, 노동을 하나님 나라의 질서 안에서 재해석한 공동체'로 설명합니다. 그는 특히 사도행전에서 바울이 천막을 만드는 자비량 사역을 지속한 사실을 들어, 초기 교회가 경제활동을 신앙의 적으로 보지 않았다고 분석합니다. 이 통찰은 요한복음 21장의 장면과도 연결됩니다. 부활 신앙은 제자들을 세속 노동에서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그 노동을 새롭게 의미화합니다. 더 나아가 요한복음 21장 12절 "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제자들 가운데서 아무도 감히 선생님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가 주님이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새번역)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나누었다. 이 아침 식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노동과 은혜가 만나는 자리입니다. 제자들이 잡은 물고기와 예수께서 준비하신 떡과 생선이 함께 놓였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노동과 하나님의 공급이 경쟁 관계가 아니라 협력 관계임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베드로의 회복 장면에서 예수는 세 번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신 뒤, "내 양을 먹여라"라고 명하십니다. 여기서 '먹이다'에 해당하는 헬라어 동사 βόσκω( boskō, 보스코 )와 '치다'에 해당하는 헬라어 동사 ποιμαίνω( poimainō, 포이마이노 )는 목자의 경제적 역할과 관리적 역할을 포함하는 표현입니다. 다시 말해 베드로의 사명은 관념적이고 추상적 영성 활동이 아니라, 공동체를 돌보고 책임지는 구체적 돌봄 노동으로 제시됩니다. 결국 요한복음 21장은 부활 이후의 소명이 노동을 폐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 줍니다. 제자들은 여전히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노동은 더 이상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는 삶의 장이 됩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신앙과 직업 사이에서 긴장을 경험합니다. 직장과 교회, 생계와 소명은 종종 분리된 영역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요한복음 21장은 말합니다. 부활의 주님은 예배당 안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터 한가운데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밤새 수고한 자리, 성과가 보이지 않는 자리, 반복되는 노동의 자리에서 주님은 여전히 말씀하십니다. 노동은 신앙의 장애물이 아니라, 신앙이 구현되는 현장입니다. 부활 이후에도 지속된 제자들의 노동은 소명이 직업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변혁한다는 복음의 진리를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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